트레이딩 게임
게리 스티븐슨 지음ㅣ강인선 옮김ㅣ사이드웨이ㅣ536쪽ㅣ2만5000원
런던 빈민가 출신인 저자는 열세 살 때부터 1년에 364일 신문을 돌렸다. 생존을 위해 학교에서 마약까지 팔았던 그는 수학적 재능 하나로 영국 금융 중심가 ‘더 시티’에 입성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한복판, 당시 “조정 후 반등”이라는 증권가 예측과는 달리 그는 “세상이 더 가난해질 것”에 베팅해 스물다섯에 백만장자가 된다. 인생 역전의 짜릿한 성공담이지만, 쾌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책은 저자가 가난을 돌파해 부를 거머쥔 과정과 그 대가를 기록한 회고록이다. 금융 시스템은 과연 합리적으로 작동하는가. 불평등을 키우는 구조 속에서 돈을 버는 일은 정당한가. 저자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구제 금융과 환차익이 교차하던 현장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복기한다.
그가 당시 사들인 헤지용(방어용) 유로달러 선물은 경기 회복 지연에 건 베팅이었다. 예측은 적중했고, 1년 성과급은 우편집배원이던 아버지의 20년 치 수입을 넘어섰다. 그러나 재난과 침체가 이어질수록 수익이 불어나는 상황은 그를 환멸로 이끈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옳고 그름을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은행과의 법정 다툼 끝에 퇴사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금융 시스템의 모순을 드러낸다. 성공담의 외피를 썼지만, 우상향 차트 뒤에 감춰진 불평등과 광기, 그 위에 세워진 번영의 위태로움을 직시하게 만드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