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메초
샐리 루니 소설|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624쪽 | 2만1000원
MZ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스타 작가가 한층 원숙해진 소설로 돌아왔다. ‘스냅챗 세대의 샐린저’라는 수식어처럼 이번에도 간결한 문장으로 동시대의 불안과 욕망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인터메초(intermezzo)는 간주곡, 막간극을 뜻하며, 체스에서는 예상 밖의 한수를 가리킨다. 소설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두 형제에게 찾아온 삶의 막간을 그린다. 유능한 변호사 형 피터와 열 살 어린 동생, 괴짜 체스 선수 아이반. 둘의 관계는 실망과 후회, 경쟁심, 오래된 적의로 뒤엉켜 있다. 주류에 속하려 애쓰는 형과 물질적 가치를 경멸하는 동생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다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같은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소설은 두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상실과 허무 속에서도 계속되는 인생의 의미를 차분하게 탐색한다.
동시에 복잡하게 얽힌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피터는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옛 연인과 부랑자처럼 불안정한 삶을 사는 어린 연인 사이에서 갈등한다. 아이번은 자신보다 열네 살 많은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다. 다소 자극적인 설정이지만, 작가는 절제된 언어로 고독한 인물들을 인간적으로 그려낸다. 평범한 듯 매혹적인 이들이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후회와 불투명한 미래 사이에서 흔들리며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