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 때 뭘 해야 한다거나 하는 세상살이 ‘공식’을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수선은 나의 재료로 나만의 것을 표현하는 방법이거든요.”
‘직물을 잇고 조각을 수선합니다’(포르체)를 쓴 박정원(35)씨가 말했다. 수선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저자는 “‘수선’이란 직물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단순히 망가진 옷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에 가까운 작업이라는 것. 제작자의 상상에 따라 밀랍·모래·자동차 쿠션 커버 같은 다양한 소재를 쓸 수도 있고 옷이 가방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IT 기업 직원이었던 그는 회사원 생활에 갑갑함을 느껴 사표를 내고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렸다. 그즈음 우연히 동대문 시장에서 만난 재봉틀에 마음이 움직였다. 원단과 그림의 만남을 떠올렸다. 수선 강의를 찾아 들으며 새로운 세계에 빠진다.
이 세계엔 버릴 것이 없었다. 낡은 옷도 헌옷 수거함 대신 재봉틀 앞으로 간다. 조각조각 자르면 모두 원단이었다. 물건을 못 버리게 돼 맥시멀리스트가 된 것이 사소한 부작용이었다.
“쉽게 지나치던 작은 것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수선에 쓰는 재료가 수없이 많은데 그 재료마다의 세계가 또 있더라고요?” 저자에게 수선은 마치 세상을 바라보는 도구 같았다. 직물을 재봉하고 조각을 엮으려면 아주 작은 부분까지 들여다봐야 했다. ‘고무로 된 실’처럼 친숙하지 않은 소재의 특성을 찾다 보면 고무실을 만드는 사람, 원재료를 생산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수선에 입문하고픈 독자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새로운 시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직장에 무채색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연두색 같은 과감한 빛깔의 원단을 써 보고, 찢어진 행주에 예상을 벗어난 레이스를 달아보는 시도 같은 것. “평소에 안 하던 것들을 해내고 나면 타인의 시선이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관습 같은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요. 생각지 못한 것과 어울리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어요. 그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내 주변이 나를 표현하는 것들로 가득 차게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