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과 아기 새
지현경 글·그림 | 보림 | 40쪽 | 1만6000원
선물처럼 하늘에서 툭 떨어져 내렸다. 작고 귀여운 점박이 알이었다. ‘까마귀가 물고 가다 떨어뜨린 걸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둥지를 꾸밀 줄 모르는 수탉은 밤이나 낮이나 이 알을 제 겨드랑이에 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투둑, 투두둑.’ 드디어 작고 보드라운 아기 새가 태어났다. 수탉은 가장 푹신한 가슴털을 잠자리로 내주고, 먹이도 나눠 먹으며 어디든 함께 다닌다. 아기 새는 쑥쑥 자라 날개를 퍼덕이기 시작한다. 이제 날개를 펴고 나는 법을 가르쳐 줄 새를 찾아 나설 차례다.
하지만 호수의 청둥오리는 “그 아기 새는 물갈퀴가 없으니 다른 새를 찾아 보라”고 했다. 높은 나무 꼭대기의 학도, 바위 곁 수풀의 꿩도 자기들 하던 대로만 나는 법을 가르치려다 포기하고 만다. 어느새 수탉만큼 크게 자란 아기 새를 데리고, 어렵게 찾아간 ‘새들의 왕’ 봉황이 말했다. “그 덩치로도 못 날면 영원히 날 수 없을 게다.” 수탉은 “그럴 리 없다”며 버럭 화를 내고 만다.
아이는 쑥쑥 자란다. 아장아장 걸음마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씩씩하게 친구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가는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금세 자라 학교를 다니겠지만, 부모 눈엔 늘 미숙해 보여 애틋하고 안쓰럽다. 하지만 닭의 품에서 컸다고 더 크고 용맹한 새로 자라지 말란 법은 없다. 세상이 정한 틀에 가둬 땅 위에만 붙잡아 둔다면, 큰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는 법은 영원히 깨닫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일은 꼭 찾아줄게….’ 수탉이 잠꼬대를 하며 잠든 사이, 아기 새는 살짝 빠져나와 홀로 높은 바위 위에 오른다. 그때, 저 아래 수탉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가는 호랑이가 보인다. 수탉을 구하려면, 이제 용기를 내 힘차게 날아올라야 할 순간이다.
2022년 한국민화뮤지엄이 연 제8회 대한민국민화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민화 작가의 그림책. 처음엔 우리 민화를 쏙 빼닮은 독창적 스타일에 놀라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민화 속 동물들에게 생동감을 입혀 쾌활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으스대거나, 놀라거나, 웃거나, 화내는 감정 표현이 표정과 몸짓으로 유머러스하게 드러난다. 동영상인가 싶을 만큼 동물들 움직임도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