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앨릭스 에드먼스 지음|황가한 옮김|위즈덤하우스|392쪽|2만3000원

어떤 분야에 1만 시간을 쏟으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은 정색하고 말하자면 일종의 ‘가짜 뉴스’다. 맬컴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연구자들은 진정한 전문성을 상징하는 마법의 숫자를 정했다. 바로 1만 시간이다. 잘하니까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해서 잘하는 것이다”라고 설파하며 세계적 스타가 된다. 독자들은 어떤 기술에서든 연습은 종류와 상관없이 무조건 도움이 된다는 암시 속에 살게 됐다. 성공하는 데는 재능과 상관없이 1만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근거는 1990년대 심리학자들이 베를린의 한 명문 음악학교에서 수행한 연구였다.

이 책에 따르면 실제 이 연구의 내용은 글래드웰의 주장과 달랐다.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와 평범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습량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이 연구에는 1만 시간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연구 대상들은 대부분 다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스무 살 즈음 연습 시간이 1만 시간에 도달한다. 이 ‘마법의 법칙’의 근거는 바이올리니스트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고, 그들의 숙련도를 측정하지도 않았을 만큼 가벼웠다. 법칙에 매혹돼 돈·시간·건강을 잃은 사례들이 이어졌다. 영국 런던경영대학원 재무학 교수인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그것이 참이길 바랐을 뿐(…)증거를 무책임하게 다루는 책들이 있다. 어차피 저자는 진실이 아니라 팔리는 책을 써야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가 강력한 이유는 사람은 믿고 싶은 걸 믿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벨 깁슨은 뇌종양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에 나섰지만 차도가 없었다. 4개월 시한부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연 치료법’에 나선다. 운동과 명상을 하고 채소와 과일을 먹었더니 기적적으로 완치됐다. 그녀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고 그의 앱과 책은 대단한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모두 거짓. 벨은 암에 걸린 적도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어’라고 믿고 싶던 대중은 벨의 이야기를 널리 퍼뜨렸고 병원 치료를 거부하다 죽음을 맞은 환자도 나왔다.

그래픽=박상훈

“왜 사람들은 저런 것에 속을까?” 같이 남 얘기처럼 생각했다면 잠시 멈춰야 한다. 돈 많고 똑똑하고 유명한 사람도 그럴듯한 주장에 넘어가는 건 마찬가지다. 의료 스타트업 ‘테라노스’가 손가락 채혈로 치명적 질병들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을 땐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언론계 거물 루퍼트 머독, 미국 전 국무장관 조지 슐츠 등도 투자에 나섰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넘어갈 수밖에 없다. 내 의견에 맞는 것은 무엇이든 받아들이지만 맘에 들지 않는 주장엔 화를 낸다는 건 뇌과학적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믿는·정치적으로 원하는 주장과 그 반대의 주장을 들려주는 실험들이 있었다. 원하는 주장에선 도파민이 나왔다. 반대에선 편도체가 자극됐다. 호랑이에게 공격받았을 때 활성화되는, 투쟁-도피 반응을 유발하는 부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100페이지에 걸쳐 설명하는 해결책 중 저자가 가장 먼저 말하는 건 ‘반대 의견을 찾아보기’다. 설령 반대 측 내용이 90%가 틀렸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10%만큼 더 똑똑해질 수 있다. 전제는 나와 반대되는 주장을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근거 데이터를 맹신해선 안 된다. 예외적인 데이터일 수 있고 입맛에 맞춰 썼을 수도 있다. 정보 출처의 논문을 찾아보는 게 좋지만 어렵다면 해당 주장의 전문가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소속 기관, 연구 자격, 논문 출판 실적 등을 고려해 저자의 자격을 판단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틀릴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공유하기 전에 일단 멈춰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실을 확인할 시간이나 전문성이 없다면 거짓을 퍼뜨리지 않기 위해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숙한 주장도 흥미롭고 풍부한 사례들 덕에 다르게 읽힌다. 논리의 흐름이 단계별로 구조화돼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유명 TED 강의 ‘탈진실의 세상에서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도 함께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