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디 할머니 박완서

쥬디 할머니

박완서 소설 | 문학동네 | 364쪽 | 1만8500원

한국 문학의 거목인 박완서(1931~2011) 타계 15주기를 기리는 소설집이 출간됐다. 한강·김연수부터 성혜령·함윤이까지 다양한 세대의 한국 소설가 31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문학동네가 펴낸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에 수록된 단편 97편 중 2~3편씩 추천받았다. 지금도 널리 읽히는 명작 ‘도둑맞은 가난’과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 각각 8·5표를 받아 1·2위를 차지했다. 이 두 편을 포함한 10편이 수록됐다.

표제작 ‘쥬디 할머니’의 재발견이다. 1981년 발표된 이 작품은 다른 단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수작이다. 장성한 5남매를 두고 홀로 아파트에 우아하게 사는 쥬디 할머니는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외국 사는 자식들을 자주 보지 못하는 게 그의 유일한 불만이다. 여기서 그친다면 소설이 아닐 것이다. 짧은 소설에 반전이 매복해 있다. 쥬디 할머니의 잘 짜인 듯한 일상에 불안이 엄습하고, 균열이 이는 순간을 본다. 허영은 무엇일까, 생각하게끔 한다. “그래, 난 다시 울타리를 칠 수 있을 거야. 새로운 울타리를.” 허영이 꼭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허영이 깃든 주문에는 비상한 생명력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