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의 배신
엘리자베스 코멘 지음 | 김희정·이지은 옮김 | 생각의힘 | 576쪽 | 2만6000원
1962년, 미국의 싱글맘 티미 진 린지는 문신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피실험자가 필요했던 성형외과 의사는 가슴 확대 수술에 동의하면, 튀어나온 귀까지 교정해 주겠다고 린지를 설득했다. 그전까지 자신의 가슴에 아무런 불만이 없었던 린지는 세계 최초로 실리콘 유방 보형물 수술을 받은 환자로 기록에 남았다.
종양내과 전문의인 저자가 여성의 몸을 오해하고 왜곡해 온 의학의 역사를 파헤친다. “자궁은 모든 질병의 근원”이라 주장한 히포크라테스 이래, 서구 의학은 남성의 몸을 ‘기본값’으로 삼고 여성의 통증은 오랫동안 ‘심리적 문제’나 ‘히스테리’로 치부해 왔다.
피부·뼈·근육·혈액 등 인체 기관별로 여성의 질환을 오진하고 잘못 치료한 잔혹사를 들려준다. 관객 앞에서 ‘히스테리 타격 치료’를 받거나, 전두엽 절제술을 강요당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공포 영화처럼 기이하고 섬뜩하다. 저자는 과거사 폭로에서 그치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의료 시스템의 무지와 편견을 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