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잘 애도해야만 다시 삶을 향해 용기 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상실 경험, 애도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굉장히 낮다고 봐요.”

책 ‘슬픔이 서툰 사람들’(아몬드)을 펴낸 임상심리 전문가 고선규(51) 박사가 말했다. 2014년 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으로 일하며 오랜 기간 사별자들을 만난 그는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슬퍼하지 못하는 수많은 자살 사별자 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고통을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독특한 구성을 취한 임상심리 교양서다. 가까운 이들을 떠나보낸 영화 속 주인공 열 명을 상담실로 초대한다. 이를테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환상의 빛’ 주인공 유미코가 상담실 문을 두드린다. 유미코는 이렇게 묻는다. “가끔 미치도록 궁금합니다. 저와 유이치(아들)라는 존재는 남편에게 살아갈 이유가 되지 못했을까요?” 여기에 상담사가 답을 하는 방식이다. “이제 긴 시간이 흘렀고, 남편의 자살과 함께 묻어두었던 아픔에 숨을 불어넣을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 밖에 영화 ‘애프터썬’ ‘라우더 댄 밤즈’ ‘아무르’ 등의 주인공이 가상의 상담실을 찾아온다. 저자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서사를 빌려 내담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 자주 받았던 질문 등에 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별자와 대화하기 전에 기억해야 할 10가지’ 같은 구체적 지침도 포함한다. 죽음의 이유를 묻지 않기, 책임을 전가하거나 암시하지 않기 등이다.

한국은 ‘자살률 1위 국가’란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유지 중이다. 사별자도 상상 이상으로 많지만, 많은 이들이 그 사실을 쉽게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어느 정부든 자살 예방에 아주 특별한 관심을 가져왔어요. 자살 예방도 중요하지만, 저는 우리 주변에서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슬픔을 허락하고, 함께하고 위로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