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
대니얼 R. 브룩스·살바토레 J.에이고스타 지음|장혜인 옮김|488쪽|2만5000원
숨 막히는 미세먼지, 미어터지는 빽빽한 도시와 퇴근길, 유난히 춥고 유난히 더운 기후. 인간이 사는 도시는 어쩌다 이렇게 살기 힘들어졌을까. 세계 각국은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데 왜 인류는 계속 위태로워질까. 캐나다와 미국에서 생물학과 생태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인간 삶이 힘들어진 것에 대해 지속 가능성은 무의미하고 대신 무엇이 생존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지구에 해로운 행동을 적게 하면(지속 가능성) 환경을 보존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 생물 진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인류가 처한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 생명의 역사 38억년 동안 진화는 적자생존의 결과가 아니다. 지구의 격변기마다 살아남은 종들의 공통점은 기존 환경에서 가장 완벽한 종이 아니었다. 오히려 쓸모없는 점이 있거나 적당히 부족한 생물들이 살아남았다. 육상 동물의 출현이 대표적이다. 네발짐승의 조상 격인 수생 생물군 ‘폐어아강’ ‘악티니스티아강’ 등은 어설픈 물고기였다. 헤엄이 뛰어난 것도, 물속에서 숨 쉬는 능력이 우수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폐와 비슷한 부레를 가진 ‘이상한’ 물고기였기에 물 밖에서 숨 쉴 수 있었다. 만약 물속에 잘 적응한 우수한 물고기였다면 그들은 육지로 올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초기 인류도 마찬가지다. 맹수들에 비해 약하고 작았다. 인간은 집단을 꾸렸고 도구를 만들었다.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서식지를 옮겨 다녔다. 260만년 전에 반복됐던 빙하기를 버틸 따뜻한 털도 없던 터라 멀리 이주해 가며 환경 변화에 대응했다. 한 지역에만 고립되지 않은 덕에 전 지구적 유전자의 다양성으로 이어졌다. 능력은 조금 부족해도 유연하게 살아낸 것이야말로 생존의 가장 큰 무기가 됐다.
그런데 1만년 전 신석기 시대에 농업이 탄생하며 진화에 문제가 생겼다. 인류를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유연함을 잃어버렸다. 도시 문명이 시작되며 인류는 위험의 징조가 찾아와도 살던 곳을 떠날 수 없게 됐다.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이주가 아닌 전쟁이 시작됐다. 부족한 자원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청동기 시대 지구의 인구는 약 700만명에서 5000만명으로 늘었다. 도시화의 시작이다. 6000년 전 이집트는 인구 폭증으로 식량이 모자라자 청동기를 농기구 대신 무기로 썼다. 사냥꾼은 군인이 됐다. 저자는 이 시기를 “살기 힘들어지는 도시의 시작”이라고 했다. 이후 인류사는 제국과 정복 전쟁으로 채워졌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새로운 곳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적응하는 대신 강탈하게 됐다. 중세 유럽은 주변 농촌을 착취했고 산업혁명 이후 전략 자원 에너지를 두고 다툼이 반복됐다. 이는 “자연을 울타리 안에 가둔 결과”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처한 문제의 해결책도 진화의 본질인 ‘이동’과 ‘유연성’에서 찾는다. 불완전한 생물들이 38억년간 살아남은 비결이다. 대도시에 밀집된 인구를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농촌을 활용하고 메트로폴리탄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0년 전만 해도 인류의 14%만 과밀한 도시에 살았는데 현재는 절반에 육박한다. 미국 보스턴에서 워싱턴 DC에 이르는 모든 대도시의 인구를 동부 애팔래치아 지역에 버려진 농촌 마을에 3만5000명씩 분산 배치할 수 있다. 그만큼 활용하지 않는 지역이 넓다는 뜻이다. 작은 정착지 간의 교통·협력 등 경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농촌의 인구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디플롯)류의 ‘위로’를 기대했다면 차가운 진화론에 실망할 수도 있다. 여유 있고 유연한 라이프 스타일이 진화적 관점에도 부합한다는 위로 아닌 위로는 있다. 원제는 ‘A Darwinian Survival Guide : Hope for the Twenty-First Cent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