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출간된 책 중에선 ‘소피의 세계’(현암사) 30주년 특별판과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까치)이 특히 눈에 띕니다.

'소피의 세계' 30주년 특별판./현암사

‘소피의 세계’는 요슈타인 가아더가 1991년 발표한 철학 소설. 국내엔 1996년 처음 소개됐습니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편지를 받은 소녀 소피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시작해 현대까지 서양 철학의 흐름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선 1~3권 합본만 18만8000부 팔렸습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까치

2003년 처음 출간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빅뱅에서 시작해 인류 문명의 역사를 다룬 과학 교양서입니다. 국내 판매량은 약 24만 부. 개정판인 ‘2.0’에선 최신 과학적 성과도 다룹니다.

몇십 년 된 책 개정판을 굳이 살 독자가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박후영 까치 대표는 말합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더니 ‘구간(舊刊)이 명간(名刊)’이에요.” 까치는 지난해에도 1998년 나온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개정판을 냈습니다. 어려운 철학책인데도 4000부 넘게 팔릴 만큼 반응이 좋았다고 하네요. 2001년 나온 하이데거의 ‘형이상학의 근본 개념들’도 지난해 낸 개정판이 환영받았고요. “고전 반열에 오른 책을 리커버하면 독자들이 다시 유입되더라고요.”

‘소피의 세계’ 30주년 특별판은 한정판으로 2000부만 찍었습니다. 조미현 현암사 대표는 “‘소피의 세계’는 매년 6000부씩 꼬박꼬박 나가는 ‘효자 상품’”이라면서 “특별판도 출간 4~5일 만에 1100부가 출고됐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곳곳에 수록하고 판화처럼 고유번호를 매긴 것이 독자들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하네요.

요즘 출판계에서 개정판 작업이 활발한 건 높은 환율로 외서 계약을 새로 하는 것이 부담이 되고, 독자들이 더 이상 모험적 독서를 하지 않고 검증된 책만 읽고 싶어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견 씁쓸하지만 구간이라도 많이 읽힌다면 고마운 일이겠죠. 요슈타인 가아더는 ‘소피의 세계’ 30주년 기념 서문에서 말합니다. “철학이란 본디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며, 지혜에 대한 필요성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지혜가 담긴 책에 대한 필요성도 줄어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