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노래
니콜라 데이비스 지음 | 브리타 테켄트럽 그림 | 홍한별 옮김 | 북극곰 | 32쪽 | 1만9800원
책을 펼치면 깊고 푸른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수면 위에 떨어진 햇살은 눈처럼 반짝이며 물속으로 흩날린다. 멀리 더 깊은 곳에 고요히 헤엄치는 혹등고래가 보인다. “들리니? 가만히 귀 기울여 잘 들어봐….” 누군가 속삭인다.
바닷속 혹등고래의 노랫소리를 실제로 듣는 건 어떤 느낌일까. 고래의 노래는 노련한 음악가의 연주처럼 물속을 파르르 울리며 퍼져나간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의 바닥을 타고 올라오더니, 갑판 위에 선 사람의 발바닥을 간지럽힌다.
작가는 열다섯 살 때 처음 녹음된 혹등고래의 노래를 들은 뒤, 케임브리지대에서 동물학을 전공했다. 카리브해에서 야생 혹등고래의 노래를 만나기까지 40년이 걸렸다. 그 노래는 기다림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수심 30m 아래 깊은 물속에서 고래는 숨을 참고 목에서 바람을 일으켜 악기를 연주하듯 소리를 낸다. ‘우후’ 환호하거나 ‘휘이익’ 휘파람 부는 것 같기도 하다. ‘킁킁’ ‘으르렁’ ‘그르렁’ 울부짖는 것 같기도 하다.
고래의 다채로운 노래 소리는 실에 꿰인 구슬 목걸이처럼 알록달록한 빛을 내며 바닷속을 흘러다닌다. 해류를 오선지 삼아 그 위에 찍은 빛의 음표 같기도 하다. 판화와 콜라주를 응용한 독창적 기법으로 고래의 노래를 시각화하는 솜씨가 놀랍다.
다시 숨을 쉬기 위해 곡예하듯 뛰어오르면 흰 물보라가 부서지고, 함께 노래 부르며 헤엄칠 땐 마치 춤추는 듯하다. 낯선 고래의 새로운 가락을 배우며 합창곡의 악보를 조금씩 고쳐 쓰듯 고래 무리의 노래는 계속 새로워지고, 깊은 바다를 통해 지구 반대편까지 전해진다. 보이저호에 실려 우주로도 갔다.
고래의 모습은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섬세한데, 이미지는 꿈속인 듯 아련하다. 리드미컬한 공감각적 경험이다. 고래의 노래가 눈에 보이는 듯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