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의 재판

도진기 소설 | 황금가지 | 328쪽 | 1만8000원

주인공 선재는 전직 국가대표 사격 선수다. 약혼자의 죽음과 얽힌 사건에서 명백한 살인범으로 보이는 한 인물을 쫓는다. 법에 문외한인 평범한 소시민이 동분서주한다. 살인자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는 주인공의 의지가 극적인 드라마를 만든다. 복수극으로서도 장르적 쾌감이 크다.

20여 년간 법조인으로 활동한 도진기 작가가 촘촘한 법정 소설을 썼다. ‘법망’이라는 체계가 정의의 심판을 담보하는가. 많은 이가 이 질문에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작가도 법과 정의의 괴리를 화두로 삼는다.

실제 있었던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2014년 교통사고로 인해 조수석에 타고 있던 만삭의 캄보디아인 아내가 사망한 사건이다. 운전하던 남편이 95억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의도적으로 교통사고를 냈다는 대중의 의심과 달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작가는 재판 결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진 않는다. 대신 명백한 악인을 등장시켜 새로운 사건을 창작한다. ‘열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말라’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이 면죄부를 주는 사법 시스템의 모순과 법의 작은 허점 등을 이야기에 녹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