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딘 스피어스·마이클 제루소 지음|노승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404쪽|2만2000원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교수인 경제학자 두 명이 함께 쓴 이 책은 이미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은 저출생의 이유를 파헤친다. 저자들은 “현재의 출생률이 이어진다면 지난 두 세기 동안 꾸준히 증가해 80억명에 이른 전세계 인구가 조만간 정점에 이른 뒤 빠르면 2060년, 늦으면 2080년 전후 가파른 감소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계 인구 규모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여성 1인당 평균 자녀수를 뜻하는 ‘대체 출산율’은 2다. 그러나 인구대국 인도에서마저 젊은 여성들은 평균 1.9명의 자녀를 낳고 싶어한다.
책에서 지난해 합계 출산율 0.8인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유의미한 지표로 제시된다. 저자들은 페미니즘이 출생률을 떨어뜨린다는 비난에 대해 “하지만 한국의 출생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든다. 그리고 한국은 결코 페미니즘 천국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OECD에서 가장 크다. 여러 면에서 한국은 여전히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사회다.”
사회의 공정성이 퇴보하고 여성이 일자리를 갖지 않아야 ‘평균 출생률 2’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 여성들은 나머지 부자 나라에 비해 유급 노동 비율이 낮다”면서 “한국의 출생률이 낮은 이유는 높은 성 불평등이 여성의 출산과 양육에 유난히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한국 여성은 평균적으로 학력이 높지만 아기를 낳으면 1차 양육자가 된다. 따라서 한국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잃을 게 많고 불평등한 규범 때문에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등 수준이 보장된 곳일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자녀를 낳기로 결심한다. EU 성평등 지수 최상위인 스웨덴과 덴마크의 출생률은 최하위 두 나라인 그리스와 헝가리보다 높다. 저자들은 “공정함이야말로 인구를 안정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6세 미만 자녀를 둔 가정에서 여성은 자녀를 신체적으로 돌보는 데 하루 1.2시간을 쓰는 반면 남성은 0.5시간을 쓴다. “여성에게 더 많은 부모 노릇을 기대하기 전에 남성에게 더 많은 부모 노릇을 기대해야 한다.”
정부의 출생률 제고 정책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자녀 세액 공제 등 아이 낳는 가정에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이지만, 저자들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스웨덴 정부가 실제로 가장 부유한 부모에게조차 첫 자녀에 대해서는 월 130달러를 지급하는 등 보육 보조금으로 막대한 액수를 지출하고 어린이집 보육료도 대폭 낮췄지만 출생률은 계속 떨어졌다. 저자들은 “돈이 없어서 아이를 못 낳는다”는 전제 자체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오늘날 전 세계를 통틀어 돈이 많은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아이를 덜 낳는 경향이 있다.”
국가의 개입이 출생률을 강제로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반박한다. 흔히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중국 인구 증가율을 감소시켰다고 여기지만, 이는 팩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을 오래 연구해 온 미국 인류학자 수전 그린핼시는 자신의 책에 “중국 출생률이 1970년대 후반 현저히 하락한 것은 빠른 사회경제적 발전으로 자녀를 낳으려는 욕구가 줄어들어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자녀를 한 명만 원하는 커플이 대부분이고 그 수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라고 썼다.
저자들은 그보다도 저출생의 원인을 자녀를 낳는 것의 ‘기회비용’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에게 집중적으로 쓰는 시간을 다른 일에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수십 년 전이나 수백 년 전에는 자녀에게 시간을 써도 잃을 게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육아의 기회비용으로는 휴가, 외식, 배우자와 보내는 오붓한 시간, 좋은 노래나 영화를 듣고 보기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남녀를 아울러 예전보다 가치가 상승한 것들이 숱하게 존재한다. 2018년 뉴욕타임스 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원하지 않는다는 성인의 상당수가 “여가 시간을 더 가지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꼽았다. “자녀를 낳는 것은 좋은 삶을 살고 정체성을 확립하고 인생의 이야기를 선택하는 한 방법이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오늘날은 이 대안들이 예전보다 더 나아졌고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책은 “부모 노릇을 더 쉽고 낫고 공정하게 해 줄 극적 변화”의 필요성을 촉구하며 모두가 인구 감소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제안하지만 저출생 문제에 대해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아마 저자들도 답을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원제 After the Sp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