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 청진기

김보라 글·그림 | 창비 | 52쪽 |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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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뚝딱 잘 만들어내는 초등학생 조용희는 아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하얗고 조그만 강아지 돌돌이는 용희의 제일 좋은 친구. 그런데 축 늘어진 채 영 기운이 없다. “공놀이를 해볼까?” “간식을 주면 어때?” 엄마 아빠의 처방전은 효과가 없다.

“그래, 돌돌이의 마음을 알아야겠어!” 용희는 새로운 발명품 ‘속마음 청진기’ 개발에 돌입한다. 파리채와 깔때기를 빨때로 야구 모자에 붙이고, 헤드폰엔 꼬마전구를 달아 장난감 청진기와 뚝딱뚝딱 연결했다. 병원놀이 의사옷까지 차려 입자, ‘짜잔~!’ 돌돌이의 속마음을 들려줄 청진기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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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토끼인형이 없어졌어…” 돌돌이가 인형을 마지막으로 본 곳은 베란다의 빨래 건조대. 창가의 햄스터가 목격자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내 해바라기씨가 몽땅 날아가던 날, 인형도 창문 밖으로 날아가 버리던 걸.”

용희와 돌돌이는 집 밖으로 달려나간다. 청진기가 아파트 단지 안 동물들과 용희의 말을 통역해 준다. “얘들아, 길쭉한 토끼 인형 본 적 있니?” ‘왈왈’ ‘짹짹’ ‘멍멍멍’ ‘찌르르르’ ‘냐옹’ ‘구구구구’…. 동물들은 저마다 범인 모습을 말한다. “귀가 뾰족해.” “털은 노란색.” “발바닥은 말랑말랑.” “꼬리가 길어.” “쪼르르 뛰어다녀!” 용희와 돌돌이는 인형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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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 동글동글 몽글몽글 귀여운 아이와 동물이 잔뜩 나와 그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첫 그림책 ‘조용희 청소기’에서 방학 뒤 늦잠을 자기 위해 세상 모든 소리를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를 발명했던 용희가 이번엔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청진기를 만들어냈다. 강아지 마음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아이의 마음이 대견하다.

“인형이 길에 떨어져 있길래 버린 줄 알았어. 가족을 잃어버렸는데 날은 추워지고, 안고 있으니 따뜻해서….” 범인은 길 잃은 아기 고양이. “저런 저런, 많이 외로웠겠구나.” 동물들은 어린 고양이를 탓하는 대신 모두 함께 꼭 안아준다. 이제 아기 고양이 가족을 찾아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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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강아지뿐일까. 말은 홍수처럼 넘쳐나는데, 그 속에서 귀 기울여 듣기란 갈수록 더 찾아보기 힘든 덕목이 되어 간다. 인형을 잃은 강아지를, 가족을 잃은 길고양이를 위로한 것은 음식이나 선물이 아니라,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는 마음이었다.

책 앞뒤의 속표지 그림도 놓치기 아깝다. 앞에는 용희와 강아지 돌돌이의 일상이, 뒤에는 속마음 청진기 완성 뒤 생긴 일들이 펼쳐진다. 아이가 그림을 보며 마음껏 이야기를 만들어내도록 북돋워줘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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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도서관] 조용희 청소기

“방학 첫날이라도 늦잠 잘래요”… 주변 소리 빨아들이는 청소기를 ‘뚝딱뚝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