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는 매력적인 소재다. 우리 모두 잠 안 오는 밤에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문제를 고민한다. 유능한 작가라면 평행우주라는 아이디어로 같은 설정을 변주하는 재미를 주면서 철학적인 질문을 거기에 실을 수도 있다.

폴 오스터는 이 아이디어로 번역서 기준 1권 808쪽, 2권 744쪽인 긴 장편소설을 썼다. 제목은 ‘4 3 2 1’(열린책들). 같은 날 같은 부모 아래 태어난 아치 퍼거슨 4명의 삶이 번갈아 서술된다. 그들은 비슷한 듯 다르게, 다른 듯 비슷하게 산다. 한 퍼거슨이 죽고, 남은 퍼거슨 3명의 이야기가 번갈아 서술된다. 또 한 명이 죽고, 남은 2명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한 명만 남는다.

기묘한 설명이지만 ‘4 3 2 1’은 평행우주를 활용한 자전적 소설이다. 네 명의 퍼거슨은 1947년 3월에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태어났는데, 오스터는 1947년 2월에 뉴어크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퍼거슨들이 걷는 삶의 경로는 글 쓰는 일로 수렴하려는 듯 보인다. 잠 안 오는 밤에 고민하던 질문에 노년이 된 소설가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나는 결국 작가가 됐을 거야’라고 답하는 것 같다.

결말에 이르러 오스터는 세 명의 다른 자신을 만들어 진짜 자기 이야기와 함께 전했다고, 하지만 자기 이야기 역시 허구화했다고 해설을 붙여준다. 그래도 작가의 어떤 구체적인 경험이 어느 퍼거슨에게 스며들었는지 독자가 분간하기는 어렵다. 모든 이야기가 작가의 삶을 반영하는 것으로 다가오며, 그 결과 역설적이게도 개별 퍼거슨 한 사람의 삶은 덜 중요해진다. 평행 우주 이야기에는 늘 그런 약점이 있다. 우리 우주의 유일무이함이라는 가치가 필연적으로 훼손된다.

인간은 삶을 이야기로 파악하려 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가능성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죽음은 그 모든 서사를 끝장낸다. 때로는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그럼에도 다시, 인간은 이야기라는 도구로 삶을 재구성해 사멸에 맞선다. ‘4 3 2 1’의 내용과 집필 동기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 문장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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