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의 방식
세라 탈로 지음|정지인 옮김|복복서가|344쪽|1만8000원
2016년 5월의 어느 아침, 저자는 침대에 누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편을 발견했다. 남편은 병명이 밝혀지지 않은 신경 질환으로 수년간 투병하며 서서히 신체 기능과 감각을 잃어갔다. 생계와 육아, 간병까지 홀로 떠안은 아내가 지쳐 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죽음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장례와 추모의 관습을 연구해 온 고고학자인 저자는 가장 가까운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다시 고고학을 호출한다. 저자에 따르면, 고고학은 흩어져 있는 증거들을 꿰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사랑과 상실의 고고학’이라는 부제처럼, 기억 속에서 남편의 흔적을 발굴해가며 부부의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간다.
사별 이후, 저자는 후회와 죄책감 속에서 ‘좋은 죽음’에 대해 고민했다. 중세 후기, 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죽음의 기술을 알려주는 안내서 ‘아르스 모리엔디’였다. 이 책들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은 수동적으로 끝을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임종의 순간에는 친구와 이웃들로 늘 북적였다. 이들에게 좋은 죽음이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새로운 ‘아르스 모리엔디’, 세속의 시대를 위한 죽음의 안내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