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의 역습

하비 화이트하우스 지음|강주헌 옮김|위즈덤하우스|488쪽|2만7000원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세라 베이크웰 지음|이다희 옮김|다산초당|652쪽|3만3000원

‘AI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을 흉내 낸 기계이지만, 때로 인간보다 더 인간처럼 느껴지는 존재의 등장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AI의 등장이 역설적으로 인간성의 의미를 따져보게 한다. 역사를 돌아보며 인간의 가치와 본성을 탐구하는 책 두 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인간은 순응으로 발전하고 파괴된다

옥스퍼드대 인류학과 교수 하비 화이트하우스는 ‘인간 본성의 역습’에서 진화론적 관점을 통해 인간다움을 고민한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에게 남은 인간다운 본성 때문에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는 것.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을 닮은 AI의 등장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안긴다. 스스로 치열하게 사유하지 않고 AI에만 떠넘긴다면 인류는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키워드는 ‘순응주의’ ‘종교성’ ‘부족주의’다. 이는 동료들을 모방하려는 태도와 소속 집단에 대한 충성심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집단의 일원이 되고자 하고, 배척당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런 모습이야말로 ‘인간다움’의 정수라는 이야기다. 원시 인류는 집단 내 구성원들을 위해 공동의 의례를 만들고 지키며 지속 가능해졌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이 농경 사회와 초기 문명을 이끌었으며, 인류의 진화를 거치며 더욱 강화됐다.

그런데 오늘날엔 집단에 대한 인간의 ‘순응적 태도’가 사회 분열과 위기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ISIS(이슬람 국가)와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다. 이들에게 폭력은 ‘성스러운’ 행위다. 서로가 서로의 규범이 되고 집단을 위해 헌신한다. 외부에 대한 폭력이 자기 방어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이단’을 정화하는 도덕적 의무가 돼버린 것이다. 부족으로서 살아가던 시절부터 각인된 습성이 현대 사회에선 공동체를 파괴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휴머니즘, 끝없이 질문하는 주체적 인간다움

이 역설에 대한 해답을 전미도서비평가상을 받은 영국 출신 작가 세라 베이크웰의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책이 강조하는 ‘휴머니즘’은 인간답게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뜻한다.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판단하려는 끈질긴 시도를 말하기도 한다.

책은 르네상스를 열었던 페트라르카와 보카치오를 시작으로 미셸 드 몽테뉴, 데이비드 흄, 버트런드 러셀 등의 궤적을 따라간다. 저자는 이들을 ‘휴머니스트’로 규정한다. 종교적 탄압·전쟁 등 혼란스러운 상황을 그들마다의 주체적 인간다움으로 돌파해냈다는 것이다. 러셀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름다운 것, 상냥한 것을 돌볼 수 있기를, 풍파가 심할 때는 순간의 통찰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믿는 것은 이런 것들이고 세상은 그 모든 참혹에도 나를 흔들어놓지 못했다.”

◇흔들리는 세계, 주체성이 발전 이끈다

그렇다고 인간이 늘 주체적이긴 어려운 법. 그럴 때면 휴머니스트들은 인간의 탁월함을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인간의 탁월함을 칭송하는 ‘대화편’을 썼다. 외교관이자 역사가였던 잔노초 마네티가 1450년대에 쓴 책 ‘인간의 가치와 탁월함에 대하여’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신이 만든 세상을 보완하기 위해 제2의 창조를 진행하는 것이 ‘인간다움’이라고 생각했다. 마네티는 말한다. “우리가 만든 아름다운 것들을 보라. 피라미드부터 피렌체 성당의 두오모, 로렌초 기베르티가 만든 세례당 문을 보라. 호메로스나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를 보라. 그 모든 발명품은 인간이 했다.”

인간의 주체적인 사고를 지키려는 노력이 서로 부딪힐 때도 있지만 그 과정도 발전의 일환이었다. 기존 질서와 충돌하는 AI를 보며 당황하는 우리 시대 모습은 15~16세기 즈음 유럽의 어느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유럽에 인쇄술이 등장할 때의 일이다.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의 우르비노 공작은 인쇄된 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필사야말로 가장 유용한 정신적 활동이기 때문에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쇄된 출판물은 ‘미덕이 없는 것’이라 여겼다

이런 상황에서도 향후 이탈리아 출판의 거장이 된 인쇄공 출신 마누티우스는 본인의 일이 타인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라 믿었다. 문헌의 표준 양식을 구축하고 학술과 문학을 상아탑 밖으로 연결했다. 지금 우리에게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장면들이 먼 훗날 미래의 인류가 현재의 우리 모습을 보며 떠올릴 풍경과 동일할지도 모른다.

과학과 인문을 다루는 정반대의 두 책은 인간다움을 고민하는 지점에서 공명한다. 스스로 해야 하는 치열한 사유를 AI에 외주화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