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책장

리베카 롬니 지음 | 이재경 옮김 | 휴머니스트 | 552쪽 | 2만2000원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

루스 윌슨 지음 |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416쪽 | 1만9800원

매일매일 제인 오스틴 365

타라 리처드슨 엮음 | 박혜원 옮김 | 알레 | 372쪽 | 1만8000원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성 소설가이자 전 세계 수많은 독서가가 애정하는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 그의 출생 250주년을 맞아 국내 서점가에 관련 도서가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지난달 ‘디 에센셜: 제인 오스틴’(민음사) 시리즈가 나온 데 이어 다양한 방식으로 제인 오스틴을 다룬 책들이 독자를 찾아왔다.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작가

소설 ‘오만과 편견’으로 잘 알려진 제인 오스틴은 1775년 영국 햄프셔주의 스티븐턴이란 작은 마을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조지 오스틴은 가난한 사제였으나 수백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애서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에 제인 오스틴은 어린 나이부터 책과 가까이 지내며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10대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스물두 살에 첫 장편을 완성했다. 작가로 데뷔한 건 서른다섯이 되어서다. 마흔한 살 이른 나이에 질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영국인의 제인 오스틴 사랑은 대단하다. 영국 10파운드 지폐에 그의 초상화가 실렸을 정도로 추앙받는다. 초상화 아래엔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독서만큼 즐거운 건 없어!(I declare after all there is no enjoyment like reading!)” 2000년을 앞두고 영국 BBC가 진행한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 설문에서 1위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03년 BBC는 75만명 이상을 상대로 ‘영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을 투표에 부쳤는데, ‘오만과 편견’이 2위를 차지했다(1위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

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은 장편소설 여섯 편과 중편소설 한 편, 미완성 장편소설 두 편, 학자들이 ‘주베닐리아(Juvenilia)’라고 부르는 청소년기 습작 등을 남겼다.

◇‘로맨스 여왕’의 서가

제인 오스틴은 18~19세기에 활동한 여성 작가 중 단연 독보적이다. 재치 있고 섬세한 묘사 속에 날카로운 풍자가 깃들어 있다. ‘로맨스의 여왕’ 칭호를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제인 오스틴 앞에도 여러 여성 작가가 있었다. 이들이 닦아 놓은 길을 제인 오스틴이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제인 오스틴의 책장’은 제인 오스틴에게 영향을 준 여성 작가에 관한 책이다. 희귀서 수집가이자 딜러인 저자가 제인 오스틴에게 영감을 준 여성 작가를 찾아내 소개한다.

이를테면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이 당대 수퍼스타 작가였던 프랜시스 버니(1752~1840)의 소설 ‘서실리아’에서 따온 표현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 책은 ‘오만과 편견’보다 35년 앞서 출간됐다. 버니의 세 번째 소설 ‘커밀라’는 지금의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한 방식으로 출간됐는데, 펀딩 참여자 명단에 ‘제인 오스틴’의 이름이 있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저자는 버니 외에도 앤 래드클리프, 샬럿 레녹스, 해나 모어, 샬럿 스미스,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헤스터 피오치, 마리에 에지워스 등 다양한 여성 작가를 조명한다. 모두 제인 오스틴이 애독했던 작가들이다.

◇제인 오스틴이란 正典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 드립니다’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다시 읽으며 자기 삶을 되찾은 90세 호주 여성의 독서 회고록이다. 저자 루스 윌슨은 70세에 졸혼을 선언하고 시골집에 10년간 칩거하면서 제인 오스틴 작품 6권을 다시 읽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잃어버린 나의 목소리를 회복하는 치유법으로 제인 오스틴 읽기를 제안하는 책이다. ‘문학은 어떻게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가’란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이다. 저자는 88세에 호주 시드니대에서 독서 관련 연구로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매일매일 제인 오스틴 365’는 요즘 유행하는 하루에 하나씩 읽는 일력 스타일의 문장집이다. 365개의 짧은 문장과 해설을 통해 제인 오스틴을 만나볼 수 있다.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에마’ ‘설득’부터 미완성 유고작 ‘샌디턴’ ‘왓슨 가족’ ‘쥬베닐리아’는 물론 제인 오스틴이 다른 이들과 주고받은 편지까지 모았다. 엮은이는 제인 오스틴의 “풍성하고도 생생한 상상력, 놀라운 내면세계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공감을 준다”고 썼다. 정전(正典·canon)으로 불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