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3세 이상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골자로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간은 13세 미만 아동·청소년이나 장애인 대상 친족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 대다수가 10대 때 피해를 보는데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7년’이라는 공소시효가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공소시효 폐지 소식에 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가 일제히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2021년 출간된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글항아리)가 떠올랐습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 11명의 수기를 엮은 책입니다. 저자들은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살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부분 엄마에게 구조를 요청했지만, 엄마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감싸며 오히려 딸을 단속합니다. 저자 중 한 명은 악몽 같은 경험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아빠가 나를 만졌어. 오빠는 내가 꽃뱀이라 비난했어. 내가 그 일을 성폭력이라 말하니 엄마는 죽어버리겠다고 했어.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못 하고 잘못했다고 말하게 만들었어.”
가족이 침묵으로 똘똘 뭉쳐 2차 가해를 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끝내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해 꾸준히 광장에서 목소리를 냈지요.
이 책 리뷰를 했을 때 “이런 이야기를 왜 굳이 기사로 쓰냐. 불쾌하니 지우라”는 댓글이 달리던 기억이 납니다. 막상 사례가 소개된 피해자는 자기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왔고요. 그 간극이 친족 성폭력이라는 엄연한 사실이 음지로 묻혀버리는 이유를 깨닫게 했습니다. 불편하다고 외면한다 해서 진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고통을 딛고 꿋꿋이 살아남은 피해자들을 응원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