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김한영 옮김|까치|256쪽|1만8000원

셰익스피어는 여러 작품에 걸쳐 하나의 질문을 집요하게 던졌다. 왜 사람들은 위험하고, 사악하며 진실에 무관심한 폭군에게 이끌리는가. 셰익스피어 연구자인 저자가 ‘맥베스’ ‘리어왕’ 등의 작품을 통해 폭군의 탄생 과정을 면밀히 해부한다. 셰익스피어가 묘사한 폭군의 핵심적인 특징은 터무니없는 자기애, 고통을 주며 즐거워하는 가학성, 병적인 지배욕으로 요약된다.

그럼에도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본 관객은 폭군의 악랄함에 매혹됐다. 저자는 폭군이 억눌린 공격성을 분출할 때, 말할 수 없는 것을 입 밖으로 표출할 때 관객이 쾌감을 느꼈다고 분석한다. 셰익스피어가 포착한 폭군의 가장 큰 자질은, 타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들의 마음속으로 밀고 들어가는 능력이었다.

폭군을 둘러싼 주변 인물의 유형과 폭군이 등장하는 사회적 조건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살핀다. 셰익스피어는 격렬한 파벌 정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회가 기만적인 포퓰리즘에 빠지기 쉽다고 봤다. 권력과 정치의 본질을 꿰뚫는 셰익스피어의 통찰은 500년이 지나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