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새드엔딩’으로 끝납니다. 아무리 평생 사랑한다고 해도 사랑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내가 그 사람을 상실할 가능성을 껴안는 거니까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토니상 6개 부문을 석권한 극작가 박천휴의 강연에서 들은 말입니다.
올해 꼭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버려진 두 로봇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인간 간 사랑을 주인공으로 해도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할 텐데 왜 굳이 낡아빠져 곧 고장날 기계를 주인공으로 삼았는지 궁금했는데 “사랑은 필연적으로 새드엔딩”이라는 박천휴 작가의 말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결국 ‘유한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구나….
인간은 늙고, 기계는 낡죠. 피가 흐르고 세포가 살아 숨쉬는 몸이든, 전선을 연결해 배터리로 움직이는 몸이든 ‘몸’을 가진다는 것은 필멸의 존재가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상대의 소멸과 관계의 유한함을 뻔히 예측하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합니다. 박천휴 작가는 연인과 헤어지고 고통스러워하던 중 ‘사랑을 안 하면 상처받을 일도 없는데 왜 나는 계속 마음을 줄까’라는 의문에 빠졌고, 결국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어쩌면 해피엔딩’ 후반부에 나오는 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생각만큼 즐겁지만은 않을 걸 알아. 생각보다 어쩜 더 많이 힘들지 몰라, 사랑하는 일. 너와 나 잡은 손 자꾸만 낡아가고 시간과 함께 모두 저물어 간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려 해, 그때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게 된 누군가가 지금 곁에 있나요? 그 손 꼭 잡고 따스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