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일곱 살짜리한테 심부름시키는 수준이지만 앞으론 그렇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의료 현장에서 로봇을 쓰고, 로봇에 대해 생각하는 건 미래를 위한 준비예요.”
‘병원이 로봇을 만났을 때’(청년의사)를 쓴 이미연(47) 한림대성심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의 말이다. 2019년 병원 내 커맨드센터를 만들어 센터장을 맡고 있다. 병원 업무 효율 향상과 환자 서비스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을 찾는 부서다.
그가 로봇을 만난 건 불과 3년 전이다. 2022년 산업통상부 산하 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한 국책 과제에 선정돼 자율 주행 로봇 23대 등 총 73대의 로봇을 병원에 들인 것이 시작이었다. 이 교수가 보기에 국내 병원들의 로봇 도입은 초기 단계지만, 장기적으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의료계의 극심한 인력난을 일부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현재 한림대성심병원에는 서비스 로봇 11종 77대가 가동 중이다. 예를 들어 약제 배송 로봇은 하루 약 70건의 배송을 수행한다. 월 320시간 가동되고, 총 200㎞를 움직인다. 주 40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직원 2명이 담당할 수 있는 업무량이다. “간호사 선생님이 타이레놀 하나 받으려고 약국 앞에서 15분간 서 있는 건 말이 안 되는데 현장이 그렇더라고요. 로봇의 물리적인 도움을 받아서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을 만들어주는 거죠.”
다만 “정량적 수치는 아직 궁색하다”고 한다. “로봇을 다루느라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는 걸 생각하면 돈 주고 쓸 만한 가성비가 나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센서를 닦아주지 않아 오류가 생기거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자율 주행 로봇의 동선이 꼬이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로봇 회사들에 피드백을 주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식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책에 따르면, 병원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 90%가 “계속 서비스 로봇을 사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분명하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한번 로봇 청소기를 쓰고 나면 진공청소기만 쓰는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과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