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

수전 도미너스 지음|김하현 옮김|어크로스|488쪽|2만3800원

사회적 성공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니지만 부모라면 대부분 자식이 성공하길 바란다. ‘한 어미 자식도 아롱이다롱이’라는 우리 속담처럼 자식 하나가 잘되더라도 다른 자식은 그에 못 미치는 일이 허다하지만 신기하게도 자녀 대다수를 엇비슷하게 잘 키워서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부모가 있다.

미국 저널리스트로 퓰리처상 수상자인 저자는 문화적·사회적·경제적 배경이 서로 다른 여섯 가족을 10년간 취재했다. 이들 가족은 셋 이상의 자식을 두었는데 ‘자식 농사’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족 문화가 자녀들의 성공에 끼친 영향과 구성원 간 역학관계가 어떻게 서로를 자극하며 성장으로 이끄는지를 추적했다. 19세기 영국의 브론테 가족을 ‘탁월한 가족’의 원형으로 삼아 후대의 탁월한 가족들과 비교한다. 이 가족의 맏딸 샬럿은 ‘제인 에어’라는 명작을 남겼고, 둘째 딸 에밀리가 쓴 ‘폭풍의 언덕’ 역시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막내딸 앤도 작가다.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에 소장된 브론테 자매 초상화. 왼쪽부터 앤, 에밀리, 샬럿. 세 자매는 모두 작가로 성공했다. 그림은 1834년경 샬럿의 남동생이자 에밀리와 앤의 오빠인 브란웰이 그렸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저자가 여섯 가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대담함의 문화’다. “그들은 자신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거나, 위대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거나, 세계 기록을 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가 만난 가족의 부모는 자녀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설정하되 그 기대가 불합리할 정도는 아니었다. 또한 맹모삼천(孟母三遷)처럼 자녀가 고학력 롤모델을 접할 수 있는 대학 도시나 혁신적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이주했다. 그런 다음 아이들의 삶에서 물러났다.

아이가 실패할 것처럼 보여도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고 스스로 역경을 헤쳐 나가도록 이끄는 것이 이 부모들의 공통점. 한 예로 3남매를 유명 작가, 유명 운동선수, 의학박사 및 기업 CEO로 키운 지닌 그로프는 다리에 깁스를 한 네 살짜리 손녀가 목발 없이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자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보도록” 그냥 놓아둔다. 마침내 손녀가 계단 꼭대기에 올랐을 때 이렇게 칭찬한다. “넌 참 강인해!”

에스더 워치츠키다는 유튜브 전(前) CEO인 큰딸 수전 워치츠키를 비롯해 세 딸을 모두 성공적으로 키워낸 것으로 잘 알려진 엄마다. 에스더는 딸들이 학창 시절 과제로 쓴 리포트에 빨간 잉크로 빼곡하게 메모를 달아 돌려주며 절대 “고치라”고 하지 않았다. 다만 중립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걸 그대로 제출해서 C나 D를 받아도 되고 아니면 다시 써도 돼.” 딸들이 리포트를 고쳐 써서 더 나은 결과물을 가져오면 이렇게 말했다. “이젠 B를 받을 수 있겠구나.” 딸들은 다시 한번 글을 수정해 결국 A를 받았다.

형제간 경쟁과 지지 역시 ‘탁월한 가족’의 원동력이다. 발달심리학자 앨리슨 고프닉은 말한다. “어린아이의 우주에서 부모가 항성이라면, 잘 이해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지만 변함없이 존재하는 천구라면, 형제자매는 눈부시게, 때로는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이 옆을 쌩 날아가는 혜성이다.” 샬럿 브론테는 남동생 브란웰이 다른 작가들에게 자신의 시를 평가해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에 자극받았다. 샬럿은 동생 에밀리가 몰래 쓴 시를 발견하고 책으로 출간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에밀리는 처음엔 언니가 자기 공책을 몰래 뒤져 본 것에 분노했지만 결국은 납득했다. 막내 앤 역시 샬럿에게 자기가 쓴 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플로리다 대형 로펌의 첫 흑인 여성 파트너 변호사가 된 매릴린 홀리필드는 동생의 재능을 알아본 둘째 오빠 에디의 조언에 따라 명문대에 진학했다. 전공인 경제학이 맞지 않아 방황할 때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인 큰오빠 비숍의 설득으로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했다. 저자는 “(여러 연구에서) 형제자매가 인생에서의 선택, 그중에서도 특히 교육에서의 선택에 서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참척(慘慽)의 고통이 다른 자녀들을 성공으로 이끌기도 한다. 저자는 샬럿 브론테의 두 언니가 어릴 때 병으로 죽었고, 매릴린 홀리필드의 언니 게일도 세 살 때 익사했다는 비극에 주목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가 다른 자녀들에게 거는 기대가 자녀들의 책임감을 북돋우며 독려했다는 것이다.

심층 취재를 통해서 깊이 있게 쓴 논픽션. 설령 자녀가 없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유전학, 발달심리학 등 과학적 연구 결과와 여러 사례를 바탕으로 저자가 결국 강조하는 건 자녀 교육에 왕도(王道)는 없으며, 아이의 기질을 부모가 잘 파악하고 양육해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다소 뻔한 결론이지만 그것이 진리라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원제 The Family Dyna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