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적 동물들

클레어 맥 쿠얼·레이철 와이즈먼 지음|이다희 옮김|바다출판사|568쪽|2만7800원

20세기 초 논리 실증주의와 분석철학이 철학의 무대를 장악한다. 신과 영혼, 선과 악, 인간과 세계의 궁극적 구조를 묻던 형이상학은 ‘공허한 말장난’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이 뒤집힌다. 언어의 명료함만으로는 인간의 악(惡)과 책임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철학의 오랜 질문이 다시 꽃피기 시작한다.

책은 1939년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영국 옥스퍼드대 강의실에서 출발한다. 남성 교수와 학생 대부분이 징집되자 여성, 양심적 병역 거부자, 유럽 곳곳의 망명 학자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사유의 흐름을 만들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 앤스콤, 필리파 풋, 메리 미즐리, 아이리스 머독 등 네 여성 철학자의 우정을 중심으로 살핀다. 이들은 전후 세계를 단순한 분석 대상이 아닌, 돌봄과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악·폭력·책임·사랑·관심·주의 같은 개념에 주목한다. 윤리학의 새 지형을 열어젖혀 철학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한 이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