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박수정 글·그림 | 고래뱃속 | 36쪽 | 1만6000원
‘탕!’ 날카로운 비명 같은 총소리가 숲의 고요를 갈랐다. 나무들이 놀란 듯 세차게 흔들렸다. 새 떼는 총성에 찢어진 허공의 틈새로 푸드덕푸드덕 날아올랐다.
나는 사냥개다. 총소리는 저 멀리 총탄에 쓰러졌을 사냥감을 향해 총알처럼 내달리라는 명령어다. 냄새와 소리의 감각은 극한으로, 다리 근육의 긴장은 폭발적으로 끌어올려 질주하라는 긴급 신호다.
나는 뛰어난 사냥개다. 내 주인이 내게 좋은 것으로 먹이는 건 쓸모 있기 때문이다.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그날 숲속에서, 머리에 뿔이, 몸통에 흰 눈송이 같은 무늬가 있는 사슴이란 녀석을 만나기 전까지는.
사슴은 가볍게 점프하듯 뛰었다. “너도 사냥을 하는 거야?” 사슴은 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리며 답했다. “아니. 그냥 뛰면 불어오는 바람이 좋아서.” 다른 사슴들이 그 뒤를 쫓아 달려갔다. 파도 같았다. 공기처럼 가벼운,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파도. 그 뒷모습에서 한참 눈을 뗄 수 없었다.
바스락대던 낙엽 위로 고운 눈이 사락사락 쌓이던 날이었다. 나는 다시 눈 위로 나는 듯 달려가는 사슴들을 보았다. 이것저것 잴 틈도 없었다. ‘탕!’ 소리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달렸다. 사슴 뒤를 쫓는 게 아니었다. 그저 내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달릴 뿐이었다.
바람처럼 공중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달빛은 미처 몰랐던 예쁜 색으로 강물 위에 어른거렸다.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마침내, 날 부르는 주인의 휘파람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될 때까지.
칭찬이나 고깃덩이가 아니었다. 내 잘난 모습을 전시해 부러운 눈길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필요한 건 그저 달리는 것,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달리는 자유로움을 감각하는 것뿐이었다.
목줄은 개의 목에만 채워진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책. 당신도 누군가 설정한 목표라는 ‘탕!’ 소리에 스스로를 옭아매 아등바등하며, 소셜미디어의 ‘좋아요’나 자기계발서의 휘황한 구호에 휘둘리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