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김정선 글·그림 | 산하 | 24쪽 | 1만5000원
유치원에 다니는 도리와 복슬복슬 강아지 토리는 늘 함께다. 도리 팔을 베고 자다 함께 일어난 뒤, 토리는 씻고 양치질하는 도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얌전히 바라본다. 도리가 옷을 다 입을 때쯤이 기회다. 목줄을 물고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어 본다.
“산책 가는 거 아닌데…. 미안, 빨리 갔다 올게.”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 집에서 기다릴 토리가 안쓰러워 도리는 가다가 자꾸 뒤를 돌아본다. 그때, 도리의 유치원 가방에서 울긋불긋 단풍잎 한 장이 슬쩍 떨어져 나온다.
도리도 없고 산책도 못 가고…. 실망한 채 엎드린 강아지 토리의 머리를 바로 그 단풍잎이 톡 건드린다. ‘누구지? 도리가 돌아왔나?’ 두리번거리며 ‘킁킁’ 냄새도 맡아 보는 토리. 그 눈앞을 낙엽이 함께 놀자는 듯 살랑살랑 날아다닌다. 폴짝폴짝, ‘멍멍멍’!
그때다. 토리가 요리조리 쫓던 낙엽이 장난꾸러기 요정처럼 주변의 낙엽을 우르르 불러 모은다. 토리를 꼭 닮은 ‘낙엽 강아지’가 돼, 함께 뛰고 뒹굴며 장난을 친다.
“토리야~!” 돌아온 도리 목소리에 토리는 후다닥 뛰어가 끙끙대며 슬픈 표정 연기에 돌입한다. “하루 종일 나만 기다린 거야? 나도 정말 보고 싶었어!” 이제 진짜 도리와 함께 놀 차례다.
강아지와 함께 놀아준 마법의 낙엽은 어쩌면 아이가 두고 간 애틋한 마음의 조각이었을까. 낙엽 위에 엎드려 마주 보는 아이와 강아지의 얼굴을 담은 표지부터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책. 서로를 향한 사랑이 가을 햇살처럼 듬뿍 묻어나와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파스텔 톤으로 채색한 아이와 강아지, 낙엽까지 다 토실토실 보들보들하다. 예쁘고 착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