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과학
이재열 지음|사이언스북스|532쪽|3만3000원
‘남성 미생물학자’인 저자가 ‘전통 살림살이’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쉽게 풀어냈다. 우리 전통 가옥인 한옥 문을 열면서 시작되는 이 책에선 뒷마당에 몰린 장독대의 위치조차 ‘과학적 배치’로 읽어낸다. 음식물이 썩지 않게 미생물의 공격을 막도록 고안된 장독대의 특성상 서늘한 응달인 동시에 바람이 잘 통하는 뒷마당이 최적 장소였다는 것. 저자는 또한 전통 도기를 보며 “음식을 익히기 위한 조리법과 미생물 침입을 막기 위한 저장 방법은 따지고 보면 한 뿌리”라고 강조한다. 조상들의 생활 속엔 계량화되진 않았어도, 분명 과학적인 안배가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전통 살림살이의 과학 원리를 들춰보는 건 우리 역사에 앉은 먼지를 털고 그 속빛을 재조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최근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 나와 화제가 된 조선 시대 전통 온실 장면은 세계 최초의 온실 기록으로 평가받는 농서 ‘산가요록’에서 따온 것이다. 이 밖에 저자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얽힌 뒷이야기, 우리 금속 활자 역사를 138년 앞당길지도 모르는 금속 활자본 ‘증도가자’를 둘러싼 진위 논쟁 등을 다룰 땐 옛사람들의 일상이 과거에만 머문 것이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체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