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분노’라는 말이 있다.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이 성질을 폭발시키며 거칠게 질책하는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항상 자기 자신을 낮추고 매력적이던 그가 돌변하여 100명의 동료들 앞에서 폭발하는 광경을 처음 목격한 어떤 직원은 이날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 분노에는 관객이 필수적이다. “실패는 모두 공유해야 한다”라는 것이 그의 원칙이기에, 질책은 공개적으로 진행되며 교훈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기업 총수들과 소맥을 러브샷 하고 시민들에게 치킨을 나눠주며 한국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젠슨 황은 수많은 얼굴을 능숙히 소화한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걸맞게 스스로를 계속 진화시킨다.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은 그에 대해 “그저 지적인 능력이 탁월한 겁니다”라고 평했다. 그래서 ‘생각하는 기계’(알에이치코리아)라는 제목은 중의적이다. AI도 젠슨 황도 생각하는 기계 그 자체다.

뉴요커 기자 스티븐 위트는 젠슨 황의 요청을 받아 공식 전기를 썼다. 이 책의 강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3년 동안 밀착 취재를 한 저자조차 황의 분노를 피하지 못한 일화가 생생히 적혀 있을 정도로 젠슨 황이라는 리더에 대해 디테일하게 서술한다는 점이다. 그는 SF 소설을 싫어하는 대신 경영 서적은 빠짐없이 읽고,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오른팔 역할을 해 줄 사람이나 후계자도 없다. 경쟁자를 박살 내는 냉혹함과 압도적인 근면·성실함을 동시에 갖췄다.

기술보다는 기라성 같은 인물들에게 초점을 두고 쓴 책이기 때문에 마치 소설 ‘삼국지’를 읽는 듯한 재미도 강점이다. 지금 돌아가는 AI 시장을 큰 그림에서 바라보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 물론 주인공은 젠슨 황이다. 그는 S&P 500 지수에 포함된 테크 기업 중 가장 오래(무려 33년) 자리를 지킨 CEO이며, 주가가 90% 폭락하고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던 시간을 14년이나 견뎠다. 그동안 그는 AI를 찾아냈고 누구보다도 빨리 미래를 이해했으며, 그렇기에 AI에 모든 것을 걸었다.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5조달러를 넘긴 엔비디아의 모토는 지금도 “우리 회사는 앞으로 30일 후면 파산합니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