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복자들
에리카 맥엘리스터·에이드리언 워시번 지음|김아림 옮김|340쪽|2만3000원
최초의 우주 비행사는 노랑초파리다. 1947년 미국 뉴멕시코에서 V2 로켓을 타고 108㎞ 상공을 비행한 후 지구로 돌아왔다. NASA에 ‘노랑초파리 실험실’도 있을 만큼 웬만한 우주 임무엔 베테랑인 곤충. 몸집에 맞는 작은 우주복 대신 트럼프 카드 크기의 상자 안에 수천 마리가 들어가 단체로 출장을 다녀온다. 우주에서 태어난 초파리들은 근육량과 심장박동수가 적다. 장시간 우주 비행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초파리가 밝혀냈다.
검정파리는 웬만한 형사보다 사건 발생 시간을 잘 안다. 사람이 죽은 후 3일이 지나면 시신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기 어려워지는데, 검정파리는 사망 후 길어도 몇 시간 안에 알을 낳는다. 이때 검정파리는 사망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 역할을 한다. 역사도 깊다. 1247년 중국 관료가 써낸 형사 사건집 ‘세원집록(洗寃集錄)’에서도 파리가 살인범을 찾아냈다. 곤충학자와 과학 프로듀서인 저자들이 인류사와 함께한 곤충 이야기를 풍부한 사진과 함께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