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바꾸고 싶으면, 아마도, 과거를 써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내털리 호지스 에세이 ‘엇박자의 마디’(문학동네)를 집어 든 것은 서문 맨 마지막의 이 문장 때문입니다. 저자는 2022년 출간한 이 첫 책으로 전미도서상 후보 및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재미 교포 2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는 다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습니다. 하버드대에서 음악과 영문학을 전공했죠. 책엔 저자가 무대 공포증으로 음악을 그만두게 되면서 자신의 음악적 여정,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의 인종차별 경험, 부모의 이혼 등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솔리스트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20년 가까이 바이올린을 연주한 저자는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는 회의감에 빠집니다. 그러나 글쓰기로 과거를 되짚음으로써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며 치유받게 됩니다. 이는 음악과도 닮아 있죠. “진짜 모든 게 끝났다면, 더 이상의 연주는 없고 정말 남은 것은 침묵뿐이라면, 왜 과거는 자꾸만 주제 선율로, 가슴 아픈 변주로 되돌아와 기억과 재해석의 여지를 주는 걸까?”

삶이 계속 엇박자가 나는 것 같지만, 엇박자도 나름의 선율로 인정하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픈 책입니다. 서늘하고 고요한 가을 정취와도 잘 어울립니다. “나는 과거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에 관한 글을 썼고, 그럼으로써 필연적으로 과거를 다시 쓰게 되었다. 일어난 사실을 바꿨다기보다 그것들이 모여서 서사와 의미를 창조하는 방식을 바꿨다. 이제 나는 음악가가 될 기회를 상실했다거나 스스로 포기했다고 느끼기보다 음악가로 사는 삶이 그 당시 나에게 꼭 필요하고 놀라운 일이었음을, 그러나 결국에는 그 시간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음을 이해한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