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톤 마틴의 멋진 세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8쪽 | 1만8000원
‘취향 부자’인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 애호가로 잘 알려졌다. LP 수집도 그의 세련된 취미 중 하나다. 하루키가 소장한 재즈 레코드 188장의 표지를 싣고 글을 덧붙인 재즈 에세이다.
하루키가 고른 표지는 모두 전설적인 앨범 디자이너 데이비드 스톤 마틴(1913~1992·약칭 DSM)의 작품이다. 재즈를 비롯해 클래식과 포크 송 레코드, 책·잡지 표지 등 신선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하루키는 “DSM이 디자인한 레코드 재킷을 손에 들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왠지 인생에서 조금 득을 본 듯한 기분”이라고 쓴다.
DSM이 디자인한 레코드 재킷의 세계를 살피는 것. 이는 곧 재즈의 세계를 한눈에 담는 일이다. 알토 색소폰 연주자인 찰리 파커(1920~1955)에서 시작해 미국 가수 빌리 홀리데이(1915~1959)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이 등장한다.
하루키의 문장과 DSM의 감각적인 LP 표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책은 가득 찬 것 같다. 그러나 재즈에 관심 없는 독자가 끈기 있게 읽어 내긴 어려운 에세이일 수 있다. 하루키, 재즈, DSM. 이 세 키워드를 들었을 때 구미가 당긴다면? 명확한 취향을 가진 당신이 이 책이 겨냥한 주 독자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