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피플 존

정이현 소설집 | 문학동네 | 368쪽 | 1만8000원

단편 ‘단 하나의 아이’에서 한나는 이런 세계를 원한다고 말한다. “노 피플 존. 나와 내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거나,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곳. 타인의 존재가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 않는.” 선을 넘지 않는 관계들로 이루어진 세계다. 여기엔 타인의 존재를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배제하면서 나를 지키려는 이기적인 마음이 있다.

등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나의 세계관에 균열이 인다. 초등학교 3학년인 하유가 숙제를 하고 점심 먹고 학원에 가기 전까지 곁에 있는 일. 여름방학이 끝날 때쯤엔 아이에게 정이 든다. 한나는 선을 넘는다. 그는 하유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방학이 끝나고도 자신이 하유를 돌볼 수 있다고. 누가 계속 하유 곁에 있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다음 날 한나는 하유네 집으로 출근하지 말라는 파견 업체 통보를 받는다.

‘달콤한 나의 도시’ ‘상냥한 폭력의 시대’ 등을 쓴 소설가 정이현이 9년 만에 펴낸 신작 소설집. 2017년부터 올해까지 쓴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렸다. 잘 세공한 렌즈로 도시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과 소외감이 묻어난다. 아는 맛이 무섭다. 익숙한 감각이 서늘한 바람을 일으키며 읽는 이의 마음을 훑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