웍과 칼
퓨샤 던롭 지음 | 윤영수·박경환 옮김 | 글항아리 | 552쪽 | 3만2000원
중화요리의 핵심은 ‘훠허우(火候)’라고 한다. ‘훠’는 불, ‘허우’는 살핀다는 뜻. 열의 강도와 지속 시간을 읽어내는 감각이자, 재료의 맛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단단한 호박, 연약한 부추, 아삭한 무처럼 질감이 제각각인 재료를 완벽한 타이밍에 볶아내려면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청나라 시인 원매는 “훠허우를 이해하고 온전히 집중할 줄 아는 요리사는 도를 터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1990년대 서양인 최초로 쓰촨고등요리학교를 졸업한 저자는 30여 년간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음식과 문화를 탐구해 왔다. 마파두부, 동파육처럼 익숙한 요리부터 술에 담근 게, 탕수황허잉어 같은 지방의 별미까지, 장마다 하나의 요리를 소개하며 중국 미식의 세계를 화려하게 펼쳐낸다.
음식 묘사도 웍 위에서 춤추는 재료들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저자는 어린 시절 탕수육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한다. “종이봉투를 부스럭거리면서 열면 아직 따끈따끈하고 매혹적인 향이 가득한 황금색 작은 공들이 쏟아진다. 반죽을 입혀 바삭바삭하게 튀겨낸 연한 돼지고기 조각이다. 함께 온 흰 플라스틱 컵에는 맑고 선명한 붉은색 시럽인 탕수 소스가 가득하다.”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현장 경험이 조화를 이룬다. 칼로 잘게 썰고 웍으로 볶는 조리법의 기원, 음식으로 건강을 다스린다는 사상, 이국 문화와의 교류 등 다양한 역사적 맥락이 생생한 취재기와 어우러진다. “기름지다” “지저분하다” 같은 편견을 넘어 진정한 중화요리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