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작가·일러스트갤러리 비읍 이수지 작가의 ‘악보 연습 - 노을’.

“그림책 작가들이 기뻐하시는 게 가장 큰 보람이에요. 소장 가치가 있는 별도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증명 같은 거니까요.”

그림책 전문 보림출판사 권종택 대표가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달 31일까지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 보림출판사 건물 ‘일러스트갤러리 비읍’에서 그림책 원화 전시 ‘100명의 작가, 100개의 세계’를 열고 있다.

김동성 작가, '엄마 마중'. /김동성 작가, 일러스트갤러리 비읍

드물게 만나는 우리 그림책 대표 작가들의 전시. 한국 최초로 ‘아동문학 노벨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 등 107명이 388점을 출품했다. 처음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 그랑프리를 받은 조은영 작가,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대상 수상작 ‘꽃에 미친 김 군’의 김동성 작가 등의 그림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작가 이름은 낯설지만 그림을 보면 다들 낯익다.

그림책 원화 전시 '100명의 작가, 100개의 세계' 전시장. /일러스트갤러리 비읍

게다가 한 점당 100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현장에서 직접 판매도 한다. 벌써 120여 점이 팔렸다. 이수지, 김동성 등 유명 작가의 그림은 ‘완판’이다. 소식 빠른 독자들이 달려와 ‘벽에 걸어 놓고 싶다’ 생각했던 그림들을 앞다퉈 모셔 갔기 때문이다.

그림책 원화는 작가의 삶과 철학이 담긴 이야기의 장. 하지만 그동안은 가뭄에 콩나듯 마련되는 초청 전시 등을 제외하면 전시도 드물었고, 소장하고 싶은 그림을 살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그림책 원화 전시 '100명의 작가, 100개의 세계' 포스터. /일러스트갤러리 비읍

권 대표는 “그림책 전문 서점에서 작은 전시를 초청 강연과 읽기 모임 등을 겸해 20여 차례 열며 원화 70여 점을 판매했지만 이렇게 규모 있게 전시를 한 건 처음”이라며 “원화를 소장하고 싶은 독자와 작가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는데 힘들게 첫발을 뗐다”고 했다.

주요 그림책 출판사 30여 곳이 전시를 후원했다. 홈페이지에 전시 소개 팝업창을 띄우고, 독자 이메일로 전시를 소개한 교보문고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서현 작가, '풀벌레그림꿈'. /서현 작가, 일러스트갤러리 비읍

이 갤러리는 12월 11일부터 나흘간 ‘아이와 바다’를 주제로 열리는 부산아동도서전에서 바다를 그린 작가 약 15명을 초청하는 새로운 전시를 준비 중이다. 권 대표는 “그림책 전시의 규모도 커지고 기회도 늘어나서 더 많은 작가의 작품이 독자와 직접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