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격수의 고백

존 퍼킨스 지음 |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556쪽 | 2만3000원

미국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기반 시설을 까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대해 “개도국에 빚을 떠안긴다”고 비판할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1970년대 대외적으론 미국 대형 컨설팅 회사의 수석 경제 전문가로 일해왔다. 실상은 ‘경제 저격수’. 표적이 된 개발도상국에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안겨 채권국이 미국 시스템에 종속되도록 하는 일이었다.

중국은 현재 “놀랄 만큼 비슷하게” 이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MSS)는 개도국에 미국을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를 퍼뜨린다. 인프라를 깔아준다는 유혹으로 차관을 줄 땐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액수를 키운다. 2010년 개항한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는 막대한 손실이 이어졌다. 80억달러를 중국에 갚아야 했던 스리랑카 정부는 결국 운영권을 중국 정부에 넘긴다. 인도네시아의 고속철 등도 같은 위기에 처해 있다. 중남미·아프리카·중동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중국의 손길이 뻗어 있다. 지난 50년간 변하지 않았던 경제 헤게모니 ‘물밑 전략’을 조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