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뇌

애덤 지먼 지음|이은경 옮김|흐름출판|368쪽|2만2000원

흔히 ‘현실’은 ‘상상’의 대척점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영국 의대 교수이자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현실조차 ‘뇌가 만들어 낸 제어된 환각’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눈앞의 현실’이라 깨닫는 장면들은 뇌가 외부 신호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빈틈을 스스로 채워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상상력’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특성’이자, 때때로 없는 현실까지 생생한 체험으로 느끼게 한다. 눈앞에 없는 빵만 떠올려도 밀이 구워지는 고소한 향을 느끼는 때가 그렇다. 밝은 물체를 떠올리기만 해도 동공이 수축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뇌가 만들어내는 가장 정교하고 일관된 형태의 상상’인 ‘심상’ 현상들이다.

모든 이의 뇌가 다르듯, 심상도 사람마다 다르다. 저자에 따르면 심상에 둔감한 ‘아판타시아(aphantasia)’, 반대로 심상을 너무 현실처럼 느끼는 ‘하이퍼판타시아(hyperphantasia)’의 사례들이 그렇다. 이 차이를 잘 활용하면 고통이나 상처를 완화할 신기술의 열쇠가 된다.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에선 상상 속 손가락 운동이 실제 손가락 근력을 키웠다. ‘세상만사 마음먹기(一切唯心造)’라는 옛사람들의 깨달음은 과학적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