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천선란 소설|허블|300쪽|1만7000원

SF 소설 ‘천 개의 파랑’으로 미국 워너브러더스와 영화화 판권 계약을 맺으며 주목받은 천선란 작가가 이번에는 좀비 소설을 내놨다. 전염병으로 문명이 붕괴한 뒤, 새로운 행성을 향해 떠난 우주선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한다. 긴 동면 끝에 깨어난 옥주는 동료들이 처참히 찢겨나간 현장을 목격한다. 그가 사랑하던 묵호만이 좀비가 된 채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세계의 좀비는 조금 이상하다. 자신이 누군지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해치지 않고 지켜주려 한다.

6년에 걸쳐 쓴 연작 소설이다. 데뷔 초 발표한 두 개의 단편과 세계관을 확장해 집필한 중편까지 3부작으로 이뤄졌다. 저자는 좀비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이 장르에서 느낀 주된 감정은 공포가 아니라 사무친 슬픔이었고 죽어버린 자, 살아남은 자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해피엔딩은 없는 장르였다.” 그의 말처럼, 슬프고 아름다운 좀비들로 가득하다. 모두가 좀비로 변해버린 종말의 세계에서, 인간이 끝내 놓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