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의 역사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404쪽 | 2만8000원
여름마다 유명 냉면집에 사람이 몰리는 ‘냉면 대란’은 100년 전에도 있었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 중 하나가 냉면이었다. 20세기 초 서울 시내에는 근대적 음식점이 대거 출현했다. ‘직장인들의 점심’을 위해 냉면집이 자리 잡았다. 당시 냉면 장수와 냉면집을 ‘면상(麵商)’이라고 불렀다.
면상 한 곳에는 직원이 11~12명쯤 있었다. 기계가 없던 당시 냉면 일은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메밀을 치대 반죽하는 ‘반죽꾼’, 근력으로 국수 틀에서 면발을 내리는 ‘발대꾼’, 면을 삶아 찬물에 헹궈 그릇에 담는 직원인 ‘앞자리’, 자전거를 타고 어깨에 냉면 그릇들을 들고 배달하는 ‘배달꾼’ 등이 체력과 냉면 맛을 맞바꾸며 일했다. 고된 일에 비해 임금은 낮다 보니 1925년 평양에는 ‘면옥노동조합’도 생겼다. 파업도 하고 점주들과 싸웠다.
당시도 ‘국민 음식’이었던 냉면은 유난히 관(官)의 입김도 많았다. 물가와 재료값에 따라 냉면값이 오르락내리락해 조선총독부는 아예 가격과 양을 정해 버렸다. 부산대 한문학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각종 옛 문헌에서 찾은 냉면의 역사를 꿰어냈다. 신라 시대부터 현대까지 냉면사(史)의 의미는 육수 감칠맛만큼이나 입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