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
리처드 리브스 지음|권기대 옮김|민음사|376쪽|2만2000원
미국에서 2022년에 나온 이 책은 ‘오늘날 남성은 왜 뒤처지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브루킹스연구소 비상근 선임 연구원이자 미국 소년·남자 연구소 설립자. 상위 20% 중상류층의 승자독식구조를 비판한 전작 ‘20 vs 80의 사회’로 ‘폴리티코’ 선정 ‘미국의 사상가 50인’에 꼽히기도 한 불평등 전문 연구자다.
책에서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건 남녀 간 ‘교육 격차’다. 2020년 미국에선 남성의 대학 등록률 감소가 여성의 일곱 배에 달했다. OECD 국가에서 여학생의 독해 능력은 남학생보다 1년 정도 앞서고 있어 남학생의 우위가 거의 사라지고 있는 수학과는 대조를 이룬다. 2018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제때 졸업한 여학생 비율은 88%로 82%인 남학생보다 높았다.
저자는 학교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뒤처지는 까닭이 “남자아이의 뇌가 (특히 가장 중요한 중등교육 기간에) 여자아이보다 느리게 발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충동 조절, 계획, 미래 지향 등을 관장해 ‘뇌의 CEO’라 불리는 부분들이 대부분 전전두피질에 있는데 이것이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약 2년 늦게 성숙한다는 것. 따라서 청소년기 남학생들은 여학생에 비해 자제력이 떨어져 학업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저자가 내놓은 해결책은 “남자아이들의 학교 입학을 1년간 늦추자”는 것. 입학이 늦은 만큼 취업이 늦어져 평생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지만 이렇게 반박한다. “지금 당장 중등교육을 마치고 곧바로 노동시장으로 활기차게 걸어들어가는 청년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 1년 더 공부하면 1년 치 수입이 사라지는 것으로 가정해서는 안 된다.”
젠더 갈등을 선거용으로 이용하는 정치권도 비판한다. “좌파들이 젊은 남성들의 박탈감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유해한 남성성’이란 꼬리표를 붙인다”고 지적한다. 기업 고위 간부 다섯 명 중 여성은 겨우 한 명이고, 포천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여성이 CEO인 곳은 41개뿐이지만 이런 현상은 엘리트 계층에 국한될 뿐 “생산직·운송업·건설업 등에 종사하는 경제 사다리 아래쪽 남성들은 자동화 여파로 일자리를 잃는 등 노동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뒤떨어진 남성들이 노동시장에서도 내몰리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찾지 않으면 이들이 소위 ‘일베’ 같은 온라인 남성계에 결집해 여성 혐오 범죄를 저지르거나 여성과 아예 관계를 끊어버릴 수도 있다고 염려한다. 성 불평등 문제는 어느 한 성별에 신경을 더 쓴다고 해서 다른 한쪽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도 말한다.
우파에 대해서도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남성들의 불만을 부채질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가부장제로 회귀해야 한다며 남성들을 현혹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저자는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남자들을 향한 전쟁’ 또는 ‘소년들을 향한 전쟁’이 존재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이 언어는 피해자 의식을 인증하고 부채질한다”고 말한다. 한국도 젠더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국가의 사례로 소개된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은 차별이 아니라, 시스템의 결함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의 20대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차별보다 남성에 대한 차별이 더 심하다고 믿을 가능성은 두 배나 된다. 미국에서는 정치적 견해를 가진 남성들의 3분의 1이 자기는 차별당한다고 믿는다. 이것은 틀렸다. 소년과 남자들이 직면한 문제가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어떤 의도적 차별의 결과가 아니다. 경제와 폭넓은 문화의 구조적 변화에서, 우리 교육 시스템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성이 겪는 불평등을 다룬 책이지만 남성 평균 임금이 여성보다 높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여성이 육아에 쏟는 시간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부성(父性) 회복’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남녀 모두가 아이 한 명당 6개월의 유급 육아휴직을 누릴 자격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이 사회복지사·간호사 등 여성의 영역으로 간주돼 온 돌봄 관련 직업을 갖도록 독려하는 것을 고용 감소에 대한 타개책으로 제안한다.
아들 셋 둔 아버지로서 전통적 남성성과 현실의 간극 때문에 혼돈에 빠진 젊은 남성들을 안쓰러워하는 저자의 속내가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 와중에도 여성에 대한 구조적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연구자로서의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원제 Of Boys and 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