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하는 새로운 자연 보전 패러다임인 ‘리와일딩(rewilding)’에 눈과 귀를 열어야 합니다.”
‘리와일딩 선언’(사이언스 북스)을 쓴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김산하(49) 박사가 말했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야생영장류학자. 리와일딩의 핵심은 야생(wild)을 긍정하는 것. 야생 대 문명 같은 이분법을 경계한다. 대신 자연이 스스로 가는 길을 존중한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자연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한다.
가만히 놔두면 자연은 알아서 굴러간다. 그러나 대형 포식자나 초식동물은 다르다. 인간이 개체 수를 너무 줄인 탓에 가만히 둔다고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경우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리와일딩은 어느 정도의 개입은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다. 1926년 마지막 늑대가 사살되자 생태계가 바뀌기 시작했다. 포식자가 사라지자 엘크 수가 급증했다. 이들의 먹이인 각종 나무 군락이 쇠퇴해 식생에 악영향을 끼쳤다. 공원 측은 1995년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온 늑대 여덟 마리를 풀었고, 이들은 빠르게 적응해 개체 수를 불려 나갔다. 그러면서 다시 생태계가 균형을 되찾았다.
2022년 영국 가디언은 “리와일딩이 주류화된 해”였다는 기사를 썼다. 해외에서는 학계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김 박사는 “‘자신을 리와일딩하라’ 같은 자기계발서가 나올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이런 시차에 대해 그는 “한국 사회가 환경이나 생태 보전 쪽에는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중을 겨냥한 쉬운 개론서를 쓴 것도 새로운 어젠다를 향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생명다양성재단이 벌이는 리와일딩 사업도 소개한다. 지난해 경기 파주 장곡리 땅 400여 평을 사들여 방치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식물 99종, 균류 32종, 양서파충류 8종, 곤충류 43종, 포유류 3종 등이 누적 집계됐다. 김 박사는 “긍정적 임야 방치”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