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컨스 굿윈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정치 평론가다. 백악관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으며 하버드대에서 대통령직에 대해 가르치기도 했다. 굿윈은 역대 미국 대통령 전기를 여러 편 썼는데, 그 일을 그녀보다 더 잘할 수 있을 사람이 달리 있을까 싶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엘리너 부부에 대한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퓰리처상을 받을 즈음 그녀는 다음 전기의 대상을 정했는데, 바로 에이브러햄 링컨이었다. 이후 자료를 연구하고 원고를 쓰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 결과물이 831쪽 분량의 책 ‘권력의 조건’(아르테)이다.
거인의 거대함을 어떻게 글로 묘사할 것인가. 굿윈은 링컨뿐 아니라 1860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링컨과 겨뤘던 유력 정치인들의 삶을 함께 보여준다. 링컨의 당내 경쟁자들을 정치 드라마의 조연 캐릭터처럼 활용하며 그들 눈에 링컨이 어떻게 비쳤는지, 그들이 링컨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이야기한다. 이는 대단히 성공적인 서술 전략인데, 독자는 덕분에 당대 가장 진보적이고 유능했던 인물들의 눈으로 링컨을 바라볼 수 있다.
처음에 링컨은 우스워 보였다. 다들 ‘내가 어쩌다 저 촌뜨기한테 졌지?’ 하고 의아하게 여겼다. 장관으로 일해 달라는 요청은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그리고 링컨과 함께 일하며 깨닫게 된다. 자신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인한 의지와 고매한 인품, 그러면서도 냉철한 상황 판단력을 갖춘 지도자와 일하고 있음을. 권력욕을 꺾지 않은 이도 물론 있었으나, 링컨의 그릇과 사람됨에는 모두 승복한다.
번역 제목보다는 ‘라이벌들의 팀(Team of rivals)’이라는 원제가 내용에 더 어울리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링컨의 성공 비결은 정적까지 받아들인 포용력에 있었다’는 교훈이 핵심 메시지라고 요약하고 싶진 않다. 이 전기가 그리는 링컨의 초상은 보다 복잡하고 어둡다. 나는 매우 숭고한 야심을 지니고 치열하게 노력했던, 하지만 지상에서 뜻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어 늘 슬펐고 남몰래 지쳐 있었던 한 인간을 봤다. 그는 퍽 다정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