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정

민병훈 장편소설 | 문학동네 | 208쪽 | 1만6800원

소설에 방향이 있다면, 대개 독자를 향한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읽히기 위해 쓰인다. 그러나 이 책은 반대다. 써야 했기에 쓴 소설이다. 민병훈이 묵묵히 써내려간 문장은 끈질긴 실천으로 읽힌다. 이 소설을 쓰는 건 작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독자로 하여금 묻게 한다. 상처를 꿰매는 작업으로서의 소설이다.

‘어떤 가정’은 작가가 2023년 펴낸 장편 ‘달력 뒤에 쓴 유서’의 후속작이다. 학창 시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에 관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화자가 나온다. 자전적 소설이다. ‘어떤 가정’에서 자전적 소설을 쓴 화자는 북토크에서 한 독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개인적인 경험을 소설로 쓴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런 소설은 왜 출간되어야 하나요?”

그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또 다른 심연을 들여다본다. ‘나’와 가까운 이의 죽음과 그 비극을 끌어안은 가족이 있다. 한편 ‘나’는 원 가정에서 얽힌 갈등을 풀지 않고 놓아둔 채, 과연 새로운 가정을 이룰 수 있을지 회의한다. 여러 이야기가 포개어진다. 비극을 겪고 남은 이들은 어떤 발걸음을 내딛는가. 민병훈은 계속 쓰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