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핀란드 헬싱키의 중앙 도서관 ‘오디(Oodi)’에 있었습니다. 헬싱키역에서 도보 5분 거리라 공항에 가기 전 시간을 보내러 들렀는데 곳곳에서 캐리어를 옆에 둔 여행객들이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더군요. 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정주(停住)의 이미지가 강한 장소인데, 유목민 같은 여행자들이 이질적이지 않게 스며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뜨내기가 올 곳이 아니라며 배척하는 게 아니라 피곤한 나그네가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환대의 분위기가 공기 중에 맴돌고 있었죠. 그도 그럴 것이 오디의 창립 목표는 ‘우리 모두를 위한 도서관’입니다.
오디는 2018년 12월 5일 문을 열었습니다. 핀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100주년을 기리는 프로젝트 중 하나였어요. ‘오디’라는 이름은 영어의 ‘ode(頌詩)’와 같은 뜻.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평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습니다. 로비에 비치된 팸플릿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모든 이에겐 오디에 있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유 없이 오디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을 환영하고 권장합니다. 우리는 인종주의나 차별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2층 한복판 워크숍 공간에선 디자이너들이 재봉틀을 놓고 옷을 만들고, 게임룸에선 아이들이 최신 비디오게임을 하며, 방음벽이 설치된 스튜디오엔 도서관에서 악기를 빌려 연주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도서관이란 뭐든 하며 시간을 보내도 되는 장소라는 이 혁신적인 개념이 7만 권의 장서 외에도 매년 2500만명이 오디를 찾게 하는 힘이 아닌가 합니다.
“신성한 도서관에서 뭐 하는 짓이야?”라는 말이 보편화된 문화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도서관에서 뭐든지 해도 돼”라는 관용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연간 독서율이 세계 최상위권인 독서 강국 핀란드가 어떤 문화적 환경에서 만들어졌는지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