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곰

랜돌프 콜더컷

미셸 마켈 글 | 바바라 매클린톡 그림 | 김서정 옮김 | 책읽는곰 | 44쪽 | 1만5000원

그림책 속 세상은 생동감 넘치는 그림으로 가득하다. 동물과 상상 속 존재들, 생생한 표정의 사람들이 말하고 걷고, 뛰놀고 춤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책의 삽화는 글의 보조적 역할에 그쳤고, 딱딱하고 재미없었다. 19세기 영국의 그림 작가 랜돌프 콜더컷(1846~1886)이 이전까지 누구도 상상 못 했던 생동감 넘치는 그림을 그려 책으로 펴내며 세계 어린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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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중부 시골 마을에서 자란 콜더컷은 우당탕탕 뛰어놀기를 좋아했다. 유달리 사랑했던 동물들의 모습을 그리는 게 특기였다. 자라면서 솜씨는 나날이 좋아졌고, 신문사와 출판사가 그의 그림을 지면에 실었다.

여행 책 그림엔 정적인 풍경화 대신 줄지어 걷는 학생들과 뽐내듯 그 곁을 따르는 푸들 강아지를 그렸다. 장식용 그림도 정물화 대신 힘차게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르는 황새들을 그렸다. 잔뜩 웅크린 채 막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 고양이, 멋지게 칼을 뽑아든 배우, 달리는 마차 위에서 채찍을 휘두르는 마부…. 그의 그림을 눈여겨본 출판인이 찾아와 제안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그림책을 만들어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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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을 사로잡았던 움직임의 아름다움, 다채로운 동물들 모습을 본격적으로 담기 시작했다. 그의 그림 속에서 생쥐는 폴짝 뛰어오르고, 황소는 와락 달려들었으며, 흙먼지를 날리며 말을 타고 달리는 사람 뒤로 모자와 가발이 바람에 날려갔다. 그로부터 그림책의 역사가 시작됐다.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 콜더컷상(통칭 칼데콧상)이 그의 이름을 기려 제정된 상이다. 주인공인 콜더컷의 일생과 그림책의 탄생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