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이음

“환자가 저랑 상담하고 ‘조금 편해졌다’고 말하면 잠시 반가운 마음이 들지만, 피해자한테 미안한 마음이 복합적으로 들어요.”

20년 넘게 정신보건 영역에 몸담은 정신전문간호사 겸 범죄심리사인 조은혜씨의 말이다. 현재 교도소 심리치료과에서 근무 중인 그는 정신 질환 범죄자 심리 상담 일지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높고 낯선 담장 속으로’(책과이음)에 실린 사례는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 포함된 진단명을 가진 정신 질환자들과의 상담 내용을 토대로 한다. 개인 정보를 특정할 수 없게끔 각색했다.

감당하기 버거운 고민이 저자에겐 일상이다. 뉴스에서 본 살인범을 얼마 뒤 상담실에서 만나기도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은 힘들겠지만,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조금 살 것 같습니다.” 저자가 만나는 이들은 환자지만,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다. 가해자 서사를 들으며, 이들이 끝내 교도소에 오게 된 과정을 더듬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죄책감을 동반한다.

그래서 조씨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면죄부를 주기 위해 서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서사란 제가 부여하고 안 부여하고를 떠나서 그 사람의 삶에 존재하는 것이고, 불편하더라도 이를 찬찬히 들여다봐야 다른 범죄를 예방할 수 있어요.” 그는 “나는 판사가 아니야” “나는 이 사람의 죄를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야”를 주문처럼 외운다.

정신 질환 범죄에 대한 편견은 강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정신 장애자의 범죄율은 0.3~0.7%. 일반인은 3%대로 더 높지만, 흔히 반대로 생각한다. 책에 따르면 대부분은 “자신이 왜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누군가는 “이런 이들을 왜 국가가 살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범죄자들도 형기가 끝나면 우리 이웃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신 질환을 앓는 범죄자의 경우 치료 영역을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정신 질환자 개인의 삶을 위해서도, 사회 안전을 위해서도 간과되어선 안 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