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경의 세 번째 시집 ‘둘이 거리로 나와’(문학과지성사)에는 “나는 생각하기 싫어 집에서 뛰쳐나왔다”(‘나는 모른다’)고 말하는 고독한 화자 ‘나’가 거듭 등장한다. 하지만 거리로 나온 ‘나’는 단순히 혼자 남겨진 존재만은 아니다. 그의 곁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람, 당신”(‘당신 중 한 사람’)의 기억이, 지금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환영”(‘보물찾기―숨바꼭질’)처럼 따라붙는 ‘너’가 함께하는 중이다.

시인은 왜, 더는 곁에 없는 ‘너’를 이토록 반복해 써야만 했을까. 그것은 과거의 ‘너’와 함께했던 시간을 시적 언어로 다시 통과하는 시간이, 결국 ‘너’의 부재 이후를 살아가는 ‘나’를 정직하게 대면하는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오은경의 ‘나’들은 ‘너’라는 이름 아래 호출되는 관계의 잔해들 속에서, 사물처럼 소외된 자신을 발견하거나, 어긋난 기억과 대화 속에서 낯설게 변형된 자아를 조용히, 그러나 고통스럽게 체감해 나간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집의 ‘거리’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나’와 ‘너’ 사이의 간극이자, 동시에 ‘너’로 인해 드러난 ‘나’와 ‘나’ 사이의 틈이다. 시인은 영원히 해소될 수 없는 이 거리감을, 사라진 자신을 다시 찾기 위한 실존적 여정(거리)으로 전환시킨다. 이를테면 ‘나’는 ‘너’와 얽힌 꿈과 현실, 기억과 환상이 교차하는 장면을 통과하며 규정될 수 없는 과거를 응시하고, 부재하는 ‘너’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스스로를 확인한다. 그리고 마침내 “어쩌면 네가 없어서/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갈림길’)고 자각하는 화자는, “지금은 내가 꿈꾸던 미래가 아니라/미래가 되어버린 나”(‘보물찾기―달리기’)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둘이 거리로 나와’는 그렇게, 함께할 수 없기에 더 오래 지속되는 실존적 관계의 형식을 시적으로 탐문한다. 타자의 부재를 통해 ‘나’를 비추고, 그 결여 속에서 오히려 ‘너의 있었음’을 감각하는 일. 끝난 줄 알았던 관계가 내 안에서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고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별 이후의 ‘우리’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 “나는 실감할 수 있었다. 나의 있음을, 우리의 있었음을.”(‘길 찾기’) 함께할 수 없기에 오히려 함께할 수 있는, 그 역설적인 애도의 거리 끝에서 시인은 모호하게 겹쳐 선 두 존재의 낯선 풍경 너머로, ‘둘’의 있었음을 조용히 증언하는 중이다.

강동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