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된 순간이었어요. 정말 그림 같더라고요. 그날을 계기로 호랑이 연구자가 됐습니다.”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다산초당)를 쓴 임정은(42)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이 말했다. 20년 전쯤, 저자는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아무르표범’을 만난다. 나무 위에서 요염하게 쉬고 있는 표범의 고고한 모습. 범의 매력에 홀린 듯 빠져버린 그날 이후 그는 ‘보전생물학자’가 된다. 보전생물학자란 말 그대로 생물을 보전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동물뿐 아니라 지역 주민, 정책 입안자, 밀렵꾼 등과도 소통해야 한다. “범이 너무 좋아서 일을 시작했는데 사람이랑 풀어야 할 일들이 그렇게 많더라고요?”
1924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한국 호랑이(아무르 호랑이)의 서식지 중 하나는 북·중·러 접경 지대다. 저자는 2007년 이곳의 호랑이를 보호하러 중국 훈춘으로 떠났다. 마을 사람들의 협조가 필요한데 도리어 문전박대를 당했다. 동네 사람들은 해마다 소를 열 마리씩 잡아먹는 호랑이가 미웠다. 중국 정부는 저자가 미국 스파이가 아닌지 의심도 했다.
처음으로 하는 호랑이 보전 활동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아이들을 위한 영어 수업도 열었다. 공터에 빔 프로젝터를 설치하고 영화도 틀어줬다. “어느 날 부녀회장님이 제 손을 꼭 잡으면서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정말 눈물이 찔끔 나더라고요.” 이후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가 자주 걸려 죽던 산속 올무를 제거하는 데 동참했다.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조금만 너그러워지면 좋겠다”고 답한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는 야생 너구리에 사람이 물리는 사고가 생기면 “다 잡아달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달라”는 민원이 쏟아진다.
“인도 사람들은 호랑이가 가축을 잡아먹을 때 화내고 욕도 하지만 ‘호랑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호랑이를 죽이려고도 안 하고요. 야생동물은 보통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아요. 우리가 조심하면 함께 살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