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죽을 때까지 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귀신이 씐 것처럼 나도 모르게 털어놓듯 썼어요!”

1만500대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이달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을 받은 작가 차이경(58)씨가 전화기 너머로 웃으며 말했다.

나이 들어 대학에 입학해 소설 쓰기를 배웠다. 소설 공모전 여러 곳에 응모했지만, 연이어 낙방했다. 차씨는 “이번 인생에선 아닌 거구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 이러다 마는 건가? 이게 내 인생의 끝인가? 너무 서글픈데….” 그가 소설이 아닌, 자신의 인생사를 낱낱이 온라인 플랫폼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한 계기다. 그의 인생 이야기는 최근 에세이 ‘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이야기장수)로 출간됐다.

차씨는 자신을 “원조 ‘고딩 엄마’”라고 칭한다. 남들은 한창 공부하는 고등학교 시절. 차씨는 아이를 낳았다. 아무런 준비도, 정보도 없었다. 주변 어른들은 “남자 앞길 막는다” “입양시켜라” “애가 애를 낳았다”며 윽박지를 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핍박받으며 살지 않기 위해 시댁에 들어가지 않기로 한다. 그러자 생활은 더욱 어려워진다. 미성년자인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입에 풀칠하기 어렵다. 쌀이 없어 굶는 생활이 이어진다. 매일 우여곡절이고, 어찌저찌 간신히 고비를 넘긴다.

/이야기장수

브런치에 연재하는 동안 그는 많은 독자의 응원을 받았다. 깨알 같은 응원이 주눅 들어 있던 그를 일으켜 세웠다. “글이 좋다고, 재밌다고 하니까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녹록지 않은 인생 경험을 한 저자는 “함부로 엄마가 되지 마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책에서 가장 아끼는 장은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를 기록한 부분이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제 손가락을 꼭 잡았어요. 촉촉하고 따듯한 손가락이 ‘네가 나를 지켜줘’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남의 고생이 왜 이리 술술 잘 읽히나 싶어 약간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일종의 ‘길티 플레저’다. 하지만 질곡 많은 삶을 파란만장한 서사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