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행
베아트리체 마시니 지음 | 잔니 데 콘노 그림 | 김지우 옮김 | 이온서가 | 36쪽 | 2만1000원
드디어 떠날 시간이다. 가방엔 꼭 필요한 것만 차곡차곡 챙겨 넣었다. 날씨에 맞춰 옷과 신발도 준비 끝. 집을 나설 때, 기차 플랫폼에서, 혹은 공항 출국장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며 말해 준다. “좋은 여행 되길.” 그런데, 좋은 여행이란 뭘까.
어떤 여행은 뜻밖의 기쁨과 함께 온다. 화살표처럼 엇갈리는 이정표 앞에 서면, 문득 목표했던 그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혼자 가는 길은 편안해 좋지만, 친절한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그 또한 즐거울 것이다. 꿈꿀 새도 없이 쓰러지듯 잠드는 피곤한 날도 있지만, 반대로 그날의 경험이 계속 떠올라 잠 못 들고 숙소 주변 거리를 산책하게 될 수도 있다.
물안개 자욱한 강 위 돌다리, 풀들이 바람에 낮게 누운 바닷가 절벽 끝에 선 흰 등대…. 구불구불 계곡길을 따라가다 고개를 들면 저 멀리 산 위의 하얀 집에 눈길이 가 닿는다. 때론 낯선 장애물을 만나 혼쭐이 나도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잠시 멈춰 서 숨을 돌린 뒤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으니까. 그 길의 끝 어딘가에선 마침내 ‘이대로 괜찮구나’ 혹은 ‘여기가 머물 자리구나’ 싶은 곳을 만나게 될 테니까.
한 장 한 장 따로 떼어내 벽에 걸어두고 싶을 만큼 그림이 아름답다.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 잔니 데 콘노(1957~2017)의 유작. 세계 최대 어린이책 축제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글 없는 그림책 경연(silent book contest)’을 열고 그의 이름을 딴 ‘잔니 데 콘노 상’을 수여한다.
책 맨 뒤엔 자신의 좋은 여행을 떠올리며 꾸며보도록 여행 노트가 있다. 거기 쓸 얘기가 마땅치 않다면, 이제 당신이 ‘좋은 여행’을 떠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