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언제나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신일숙 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30년 전 완간된 만화 속 문장이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는 그만큼 공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과학적으로도 이 말은 타당하다. 우리의 뇌는 태생적으로 게으르다. 이다음에 벌어질 일을 예측해서 패턴을 만드는 데 익숙하고, 예상대로 흘러가면 지루해한다. 반면 뇌가 민감하게 반응할 때는 기대가 깨졌을 때다. 도파민이 분출되고 보상이 없더라도 즐거움을 느낀다.
‘지루하면 죽는다’를 쓴 조나 레러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영국 옥스퍼드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이종 간 학문을 공부한 이력을 토대로 그는 특이한 포착점을 잡아낸다. 시대와 취향을 초월해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의 비결은 미스터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셜록 홈스, 에르퀼 푸아로 같은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물론, 셰익스피어와 해리 포터에도, 바흐의 음악과 모나리자의 미소에도 미스터리는 숨겨져 있다.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거쳐 예상치 못한 결말에 도착했을 때 뇌의 집중력은 최고조로 상승한다.
미국 프로야구가 미스터리를 도입한 사례도 흥미롭다. 1893년 구단주들은 투수와 홈플레이트의 거리를 17m에서 18.5m로 늘리는 결정을 한다. 그 전까지는 좋은 투수가 나오면 타자는 공을 칠 수 없었고 승패가 뻔한 시합에는 관객이 오지 않았다. 사업 손실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경영진들은 타자에게 유리하도록 규칙을 바꾸었는데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시즌 전체로 보면 실력 있는 팀이 우승하겠지만, 각 시합에서는 누가 이길지 모르도록 야구의 규칙은 계속 수정되어 왔다. 팬들에게 확실한 승리가 아니라 극적인 불확실성을 선사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임을 꿰뚫어 본 것이다.
인생에서도 뇌와 미스터리 간 상호작용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의 조언은 간단하다. 내가 모르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미지의 세계를 즐기되, 스스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삶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고의 해독제는 호기심과 겸손함이라는 말에 밑줄을 그어 두었다.